이 책은 창비 출판사에서 '교양 100그램' 시리즈로 출간된 책으로, 전 판사,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인 김영란 교수가 쓴 책으로,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평생 유일하게 계속해온 것이 책읽기라고 말할 정도로 성실한 독서가이다. 몇 년 전에도 저자가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읽기 쉽게 쓰여져 있는데도 책에 담긴 깊이와 넓이를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무게감 있는 독서를 했던 기억이 있다. 저자 본인의 평생 직업인 법조인으로서의 역할보다도 독서가로서의 경력에 대해 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대단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무엇보다도 먼저 들었다. 나 또한 책 읽기를 취미로 하는 편이지만, 저자처럼 다른 어떠한 취미보다도 즐기며 탐독하는 정도는 아니기에 그녀의 독서가로서의 열정이 더 멋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저자는 지식 욕구를 채우거나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공부라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책에 대한 탐닉은 쓸모있는 공부라고 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것이 그 자체로 자신을 수양하고 나 자신을 찾는 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읽는 것이 어떠한 지식을 얻는 수단중에 하나이자, 어느 정도의 교양을 갖추고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라 여겨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을 뒤로 하고 책을 손에 쥐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 때는 '일주일에 몇 권, 한 달에 몇 권, 일 년에 몇 권' 하는 식으로 독서 목표를 세우고 독서를 하더라도 항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더러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또 책을 읽고 나서도 크게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가 그다지 즐겁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에 내 스스로 독서를 즐기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거나,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더라도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바로 내려놓고 다른 책을 읽게 되었을 때 특히 '내가 독서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독서에서 어떠한 '쓸모'를 찾는다면, 결코 독서가 즐겁지 않을 것이다.
독서에서 쓸모를 찾던 시절에는 문학 서적을 읽는 것도 무척이나 싫어했는데, 허구에 실존하지도 않는 인물의 감정 투성이일 뿐인 활자를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저자는 이 책에서 저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또는 본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등 픽션과 논픽션을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서도 저자가 얼마나 성실한 독서가인지 알 수 있었고, 또 한 편으로는 만약 내가 동일한 주제로 글을 쓴다면 소개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은 몇 개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 보다 폭넓은 독서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인 '인생독서'만 본다면, '인생사진', '인생맛집'과 같이 인생에 손꼽히는 독서를 주제로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제는 저자의 인생이 곧 독서였고, 독서가 곧 저자의 인생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 또한 책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고, 저자가 언급한 것을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요즘처럼 내 스스로가 책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도 가끔은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를 때 이 책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까? 쓸모 있는 책으로 평가되고 있을까 고민하고 찾아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수록 독서가 따분한 일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이런 나를 발견할 때 김영란의 '인생 독서'를 다시 들고 가볍게 읽어볼 생각이다. 이 작고 얇은 책 한 권이 나를 독서의 즐거움에 순식간에 다가가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