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외가는 남해입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방학을 이용하여 자주 갔던 곳이라 그 소중함을 몰랐지만, 커서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니 남해라는 곳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됩니다. 그 소중함은 새삼 고두현 시인의 ‘남해, 바다를 걷다’ 라는 시집을 읽게 된 이후 더욱 커졌습니다. 제가 고두현 시인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아주 최근입니다. 저는 평소 KBS 클래식 FM을 자주 듣는데, 어느날 국악 프로그램에서 고두현 시인의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고두현 시인의 ‘남해, 바다를 걷다’를 읽으며 가장 크게 와닿았던 점은 시인이 남해를 단순한 공간이 아닌, 자신만의 삶의 일부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해는 그에게 단순히 풍경을 그리는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한 부분인 것입니다. 시집을 읽다 보면, 시인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모습이 남해의 자연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시인의 시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다는 단순히 물리적 의미에서의 바다를 넘어서,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사라지며, 시인은 이를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무언가에 대해 사색합니다. 남해 바다는 시인의 고향이자 안식처이지만, 동시에 인생의 변화와 순환을 상징하는 공간으로도 작용합니다. 이를 통해 시인은 고향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인간 존재의 한계를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시인의 언어 사용입니다. 고두현 시인의 언어는 매우 섬세하고, 동시에 깊이 있는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남해의 잔잔한 물결이나 바람처럼 부드럽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매우 묵직합니다. 예를 들어, 시인이 바다를 묘사할 때 사용한 표현들은 단순히 자연을 그리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순환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아름다움은 독자로 하여금 남해의 풍경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게 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 담긴 깊은 감정과 의미를 곱씹게 만듭니다.
또한 시인의 시 속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이미지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초월적입니다. 남해의 해안선, 파도, 그리고 산과 나무 등은 시인의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상징들로 나타나며, 독자는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와 같은 작품은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연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시인의 경험이 곧 독자의 경험으로 확장되며, 남해라는 공간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보편적인 상징으로 자리잡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 시집은 자연에 대한 단순한 찬미를 넘어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시인은 남해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바쁘고 경쟁적인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연의 존재와 그 속에서의 우리 자신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고두현 시인의 시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와 안식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도시에서의 삶이 주는 스트레스와 피로감 속에서 남해와 같은 고향은 하나의 안식처이자 도피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인은 이를 '그리움'이라는 정서로 표현하며, 자연과 고향을 향한 갈망을 시 속에 녹여냅니다. 이러한 그리움은 단순히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남해를 통해 우리에게 잃어버린 시간,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되찾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집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함께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남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은 독자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며, 우리 각자가 속한 공간과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두현 시인의 '남해, 바다를 걷다'는 단순한 시집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여정이며, 그 여정을 통해 시인은 남해라는 공간을 넘어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쳐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남해가 저에게 단순한 고향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듯이, 이 시집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도 남해는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시인의 시 속에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조화와 갈등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