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 책인가?
개인적으로 책을 자주 읽은 편이다. 아니 책을 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받고 싶은 선물하면 1순위가 음반이고 2순위가 책이라고 대답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렇게 자평해 본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유독 관심이 가는 책이 기존의 인문이나 문학작품에서 교양서적으로 바뀌었다. 감정이 별로 개입하지 않은 팩트 위주의 책들에 더 손길이 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점점 더 실용적으로 내 자신이 바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좀더 자연쪽으로 마음이 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개인 취향의 변화 과정에서 이 책의 제목을 접하게 되었다. '나무'라는 보통명사 하나로 그냥 넘겼던 무수한 모양새의 개별 고유명사의 나무들! 그 나무에게도 각자의 고유한 이름이 있다는 걸 다시한번 각인시켜주는 책 제목으로 인해 궁금증은 더해졌다. 그래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그 나무들의 이름을 나는 몇개나 알고 있을까? 이 기회에 한번 공부해 볼까? 알고나면 주변의 풍경이 그냥 나무들로 둘러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을 가진 생명체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바뀌지 않을까? 참 재미있고 유익하겠다. 선택하자! 이 책~~ 그렇게 내손안에 들어왔다
- 이 책의 내용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나무에게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 그 많은 그리고 다양한 나무들에게 어떻게 그런 이름이 부여되었을까? 이러한 원초적인 물음에서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자료들이 수집되기 시작하였다고 이야기 한다. 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하다.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그러한 이름을 붙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무 이름의 유래는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런가 하면 세계 각 나라 또한 동일한 나무에 대해 서로 다른 자기나라만의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름들의 나무를 이 책의 저자는 일단 한국어 명칭을 기준으로 가나다 순으로 열거한다.
우리나라 식물이름을 현대적으로 정비한 것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을 내면서 부터라 한다. 이어 해방 이후인 1949년 1천여종을 추가하여 <조선식물명집>을 내면서 대체로 마무리되었고 그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지금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의거하여 통일된 일반명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나무 이름의 구성을 보면 어근에 접미어"나무"를 붙인 형태가 기본형이다. 가래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등등,,, 그러가 하면 접미어 없이 어근만으로 만들어 지기도 하는 데, 다래,머루,칡, 무궁화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의 마지막부분에는 북한의 나무이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남북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모든 분야의 이질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처럼 나무 이름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려준다. 북한의 <식물원색도감>과 <조선식물지>를 참고하여 남북한의 나무이름 차이를 비교해 주고 있다.
- 이책을 읽고
이 책에서 소개한 나무의 이름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이중 몇가지나 알고 있나 체크해 볼 요량으로 알고 있는 혹은 들어본 적이 있는 나무의 숫자를 직접 세어보았다.ㅎㅎㅎㅎ 187개! 보통수준은 될까? 평균수준은 어느정도 일까?
우리는 태어난 자녀에 대해 의미와 소리를 소중하게 연결하여 신중하고 심열을 기울여 이름을 작명하듯이 그 누군가의 열정과 의지를 통해 이 많은 나무들이 각자의 이름을 갖게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니 순간 마음이 숙연해 지기도 했다. 김춘수 시인의 시구절처럼 누군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에게로 다가가 하나의 꽃이되었다고 하듯이 나무들 또한 그러했으리라.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름에 맞는 얼굴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저자의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각 나무의 이름에 걸맞는 관련 사진을 한장씩만 배치해놓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책의 이름 "우리 나무이름 사전"답게 너무나 사전 형식으로 치우쳐 있다. 혹시나 개정판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나무 이름 설명과 함께 그 옆에 관련 사진을 꼭 배치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너무 과한 욕심인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