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쉬운 물리학 도서, 이것이 이 책을 읽은 뒤 처음 든 느낌이었다.
최근 들어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양자역학에 대해 나도 관심을 갖고 있었던지라 이런저런 양자역학 입문서 또는 양자역학을 포함한 물리학 교양도서를 몇 권 읽어보았으나 여전히 양자역학은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양자역학이 어려웠던지라 양자역학 관련 과학자 중 가장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의 저서에는 쉬이 도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줄곧 도전을 망설여 오던 중 이번 독서통신 연수를 계기로 해서 큰 마음 먹고 파인만의 저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 책이 파인만의 책 중 가장 쉬운 책 중 하나라는 평이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책을 읽고 다소 놀랐던 점은 파인만이라는 유명한 대석학이 쓴 책이 이렇게 쉬울 수가 있냐는 거였다. 이 책은 학자라기보다는 물리학 교육자 또는 해설자가 쓴 책에 더 가까웠다. 다양한 물리학 개념들이 정말 너무도 이해하기 쉽게,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보다도 더 쉽게 설명되어 있었다. 파인만의 상세하고 알기 쉬운 설명 덕분에, 알고 있었지만 어딘가 확실히 이해할 수 없었던 몇몇 물리학 개념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5장 중력 부분에서 다룬, 인공위성과 달이 지구 궤도를 공전하고 있는 원리에 대한 설명이었다. 달은 영원히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고 이것이 달이 지구를 도는 원리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소리야? 영원히 떨어져? 그럼 왜 충돌하지 않나?' 라는 의문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파인만의 설명은 정말 알기 쉽고 명쾌했다. 지구에서 지면에 수평으로 총을 쏘면 총알은 수평으로 날아가면서 수직으로도 지면을 향해 떨어지지만 지구가 둥그니까 총알이 날아갈수록 지면도 밑으로 내려가고, 지면이 밑으로 내려가는 속도만큼 빠르게 총알이 수평으로 날아갈 수 있으면 총알과 지면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총알은 지면에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날아가 지구를 공전할 수 있다는 파인만의 설명 덕분에 드디어 공전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균형 속도보다 더 빠르면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로 날아가고, 느리면 지면에 떨어진다는 것도 유추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전의 원리가 이해가 되지 않아 이것저것 다양한 해설을 찾아 보았지만 확실이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원자의 개념, 기초물리학(간략한 물리학 역사),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 에너지의 보존, 중력, 양자역학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에서 보듯 내용의 대부분은 익히 알려진 기초적인 물리학 개념으로 이미 알고 있던 것이고 이 책은 그 이해를 보다 확실하게 해 주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파인만은 양자역학자이면서도 양자역학에 관한 설명은 마지막 장에서 다룰 뿐이고, 이것도 양자역학 설명 중에서 가장 쉽고 널리 알려져 있는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에 국한된 것이었다. 양자역학자로서의 파인만에 대한 도전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감은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파인만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졌다. 파인만은 대학자이기도 하지만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수학이나 물리학 공식보다는 학생들에게 직관적인 개념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이 책을 통해 받을 수 있었다. 파인만에 대한 경외감이랄지 두려움, 거리감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이 가벼워졌고, 앞으로도 파인만의 책에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물론 파인만의 모든 책이 이 책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양자역학이 워낙 어려운 학문인 만큼 그의 책 중에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책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파인만은 지레 두려워하며 포기하지 않고 어려워도 두번세번 계속 도전해볼 만한 인물'이라는 생각, 물리학과 양자역학에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몇 되지 않을까. 이것만으로도 이 책이 명저로서 오랫동안 읽혀 온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