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 이론의 발전 과정과 현재를 너무도 알기 쉽게 단계별로 천천히 설명해 준 책,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주워들었던 양자물리학에 관련된 개념들과 이론들을 구슬 꿰듯 일관성 있게 잘 설명해 준 책, 설명 방식도 너무도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책, 이 책을 읽고 받는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올바른 이해인지 아직 자신은 없지만, 양자물리학이 이해하기 어렵고 그와 관련된 이론들이 매우 다양하나 응집성과 통일성이 없게 느껴져 왔던 점은 내 이해력과 공부의 부족에만 그 책임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현재까지 다양한 이론들이 나와 있으나 다들 완벽한 이론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전체를 포섭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미지의 부분들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은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다들 어느 정도는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다.
이 책은 복잡한 수식과 이론적 설명을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나와 있는 양자물리학의 주요 개념을 모두 설명해 주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 어떤 것을 계기로 그 이론들이 만들어졌고 어떤 찬성과 반대가 있었으며 현재는 어떻게 여겨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어떤 이론이 절대적으로 옳다든가 하는 생각을 버리고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이론도 단지 당시의 과학적 배경과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양자물리학도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의 학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좀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해 보려는 용기를 얻었다.
이를테면 양자물리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흔히 부딪치는 한계가 슈뢰딩거 방정식과 전자의 스핀인데 슈뢰딩거 방정식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해서 다른 학자들이 슈뢰딩거 자신은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이런저런 현상을 설명해 내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방정식을 만든 사람도 의도하지 않았던 것을 방정식을 연구하면서 설명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이 방정식이 계속 새로운 효능이 밝혀지고 있다는 아스피린이라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전자의 스핀도 마찬가지인데 스핀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면 원자의 주양자수, 자기양자수, 궤도양자수 등의 개념이 거의 대부분 함께 설명된다. 물리학에 대해 체계적으로 수업을 듣지 않은 사람이면 정말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다. 하지만 저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원자 내 전자가 3차원으로 진동하는 형태를 예측할 수 있는 함수이고, 스핀은 전자의 자기적 특성이라는 기초 개념을 설명하고 이에 바탕하여 설명을 전개해 간다. 즉 두 개념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이해의 틀이 생기게 해 준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두 개념을 이해하기에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른 해설이나 뉴스를 읽을 때 어디까지 이해되고 어디부터 이해되지 않는지를 구분하는 기초적인 기준을 마련해 준다. 종전의 설명들은 아무리 읽어보아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은 이러한 개념들에 대해 100%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이라도 알게 해 준다는 점이 고마웠다.
이 외에도 양자역학으로 시간여행 효과를 관찰할 수 있고 이 실험은 한국인 과학자인 김윤호에 의해 증명되었다는 것, 평행우주 이론에 따르면 어떤 우주에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어 있지만 다른 우주에서는 살아있을 것이고 그러한 우주들이 중첩되어 있어서 우리는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는 것, 모든 물질에는 반물질이 있고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에너지를 분출하고 소멸한다는 것, 렙톤, 쿼크, 광자, 힉스 입자 등등 72개의 입자가 추가로 더 발견되었다는 것, 우주에 존재하는 힘들 중 가장 약한 힘이 중력이라는 것 등... 참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사실들이 차근차근 밝혀져 가고 있고, 이 모든 것이 근 100년 이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100년 전에는 더 이상 밝혀낼 것이 없을 만큼 모든 것을 이미 알았다고 믿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물리학의 내용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더 알려졌고, 요즘의 반도체나 AI 발전 속도만큼 물리학의 발전도 빠르고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모르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고등학교 이후 물리학을 전체적인 각도에서 접근해 볼 기회가 없었고 뉴스나 잡지가 물리학 관련 소식으로 떠들썩해도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할 뿐이었다. 이 책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뭔가 살짝 깨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