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코리아 발간 '영화로 읽는 세계 전쟁사'를 읽고 쓰는 후기>
평소에 영화를 즐겨보는 것이 취미이기도 하고, 역사에 관해서라면 큰 흥미를 가지고 이 책 저 책을 뒤져보는 나로서는 이 책은 그야말로 발견하자마자 보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던 그런 책이었다. 더군다나 전쟁이라는 테마는 역사 속에서도 굵직굵직한 시대적 면모들의 표면적인 발발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안 그래도 영화를 보는 취미 중에서도 전쟁 영화 장르에 가장 먼저 손이 갔던 터인데, 그야말로 이번 독서를 위한 도서 선택은 최상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은 인류가 태생하고 나서부터 발발된 전쟁들에 대하여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고금의 다양한 전쟁영화 소재들을 활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영화들이 이미 시청을 했던 것들이라는 점에서, 오래 전에 감상하였던 영화들에 대해서는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영화 내용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최근 관람한 영화에 대해서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시대적 상황 등에 대해서 금번 독서를 통해 살펴보고 고찰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영화'가 우리 삶에 제공해주는 지대한 역할과 공헌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역사 관련된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들은 역사는 딱딱한 것이고 그저 옛 일일 뿐이며 따분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단지 이 사람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가치관과 주체를 분명히 하고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올바로 배우고 인식해야 하는 것이지만, '역사적'으로 역사는 구전, 혹은 책과 같은 문자형식의 기록으로써 전승이 되어왔을 뿐 근대에 들어와서도 역사가 후대에 전해져 오는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시청각적으로 더욱 역사에 대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었던 다른 경로는 '박물관'이라는 형태의 탄생뿐 아니었을까.
그런데 '영화'라는 매체가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세상을 보는 눈을 제공해주었다. 그것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흔히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시대라기엔 아득히 멀기에 마치 상상 속 신화와 같은 시절의 역사를 다룬 영화는 물론이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 실상을 온전히 느끼기에 종이 텍스트라는 매개체만으로는 상상의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마치 현 시대 그 상황 속에서 느끼는 것과 같이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역할은 가히 단순히 즐거움만을 제공해주는 역할 그 이상의 것을 현 인류에게 선보여준 것이다.
물론 많은 비판도 존재한다. 영화라는 것이 역사를 보여줄 때,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최대한 당시의 역사적 사실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도 많지만, 영화적 픽션 요소들을 가미하다 보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부각되거나 그 의미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텔링의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으므로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무작정 비판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철저히 현실과 역사를 그대로 재현해내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재현한 영화라고 해도 그 고증에 있어서 완벽을 기했다 한들 분명히 사실과 다른 부분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역사, 특히 이 책과 관련하여 전쟁사가 던져주는 의미에 대해 영화가 논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또 어떤 식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르몽드에서 제공해주는 이 양질의 도서가 나에게는 분명히 삶의 새로운 통찰력을 일깨워주고, 반성과 의식의 성찰을 도와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좋은 책이 나를 한 단계 발전시켜주듯, 나 또한 발전한 만큼 우리 역사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당행 연수팀 및 rntpro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