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졸업하는 두 가지 엔딩뿐인 무자비한 바스지아스 군사학교에 타의로 오게 된 작고 약한 ‘은빛 머리칼’의 바이올렛이 최정예 부대이자 위대한 드래곤의 선택을 받는 ‘드래곤 라이더’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투쟁과 모험을 그린 판타지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신기하게도 이 소설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글자가 무척 쉽게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었다.
주인공 바이올렛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라이더 분과에 들어가 어떻게든 신체적 약점과 불리함을 극복하며 드래곤에게 선택받는 라이더로 살아남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바이올렛을 응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조심스럽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일 것이다. 한국 문화로서 이해될 수 있는 징병제 이야기. 그리고 해리 포터의 마법 학교를 상상할 수 있는 장소들도 그러했다. 작가는 시작부터 대단히 과감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단 번에 넣을 수 있었는지 직진하는 전개와 시니컬한 분위기가 끌렸다.
‘X 같다니..’
적어도 한 번에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선 필요한 수단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놀랐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건 판타지 장르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SF의 아성을 무너뜨릴 영화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 작가님들에게도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정적인 소재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작가님들이 부쩍 늘어난 추세인 듯 보인다. 정말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현상들이 누구에겐 반갑기도 하고 아무개에겐 걱정하게 하지만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이 지금 시대에는 맞는다고 본다.
문장의 느낌이나 구성 또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잘 쓰인 이 소설은 밥상 위에 잘 차려진 오색빛깔 반찬처럼 맛있게 읽혔다. 요즘 소설은 이래야 잘 팔리고 인기를 얻는 듯 보인다. 물론 순문학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대중을 생각해서 작가님들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쓰실 것 같다.
이 소설은 정말 보석 그 자체였다. 고전적인 촉감의 표지 재질과 함께 금색 배경과 흰색 띠지 와의 조화는 수박 한 조각처럼 보인다. 디자인은 무난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개연성을 크게 따지는 한국 독자에게 판타지는 정말 쉽지 않은 장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도전이 결코 무모하다곤 보지 않는다. 국내는 그렇다 쳐도 해외는 또 이런 걸 선호하는 독자층이 꽤나 많다. 이를테면 어벤저스처럼.
이 소설을 읽으며 참신한 발상과 판타지적 불편함을 동시에 느꼈다. 작가님만의 노련함이 느껴졌으며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 같아 보이면서도 판타지의 방대함을 잘 썼다. 역시 감동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영상과 화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일지 기대를 해본다.
위대한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살아남는 곳, 바스지아스 군사학교. 400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나바르 왕국은 스무 살만 되면 남녀를 막론하고 징집한다. 바스지아스에 입학한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죽거나 or 드래곤의 선택을 받아 날아오르며 졸업하는 것뿐. 그렇게 선택받은 자들은 ‘드래곤 라이더’라 불리며, 드래곤의 마력을 통해 얻은 고유 능력을 갖고 전쟁에 투입된다.
그리고 이곳에 타의로 떨어진 긴 ‘은빛 머리칼’의 바이올렛 소른게일. 전투 훈련을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이곳은 무덤 자리나 다름없다. 드래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잔인한 생도들과 반역의 인장을 받은 자들. 바이올렛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그리고 그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강렬하게 피어나는 금지된 로맨스…. 과연 바이올렛은 무사히 날아올라 졸업할 것인가?
《포스 윙》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스지아스 아카이브(기록보관소)의 서기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은 바이올렛 소른게일이 사령관인 엄마의 명령에 따라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야 하는 치열한 생존 투쟁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드래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높이 60미터 위의 아찔한 난간다리를 건너야 하고, 매주 목숨 건 격투 시합을 치러야 하며, 위대하지만 성질 더러운 드래곤이 재미 삼아 쏜 브레스에 맞아 죽을 확률도 극복해야 한다.
엄청난 힘과 전투력을 넘어 무자비한 거만함까지 갖춘 생도 사이에서 결국 먹잇감이 된 작고 약한 바이올렛이 선택한 무기는 바로 그의 머리. 군사학교 교칙을 모조리 외우는 비상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펼쳐 보이는 온갖 지략과 권모술수는 현실적이고도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진진한 영화적 서사를 보여준다.
잔혹한 경쟁 게임 속 진취적인 바이올렛과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갈등, 매력적인 수백의 드래곤 무리와 화려한 전투가 장관을 이루는 놀라운 이 세계관은 《왕좌의 게임》, 《다이버전트》 등을 작업한 이수현 국내 최고 판타지 번역가의 섬세한 완역으로 완성되어 새로운 판타지 대작을 애타게 기다린 독자들에게 마지막 책장까지 쉼 없이 빠져드는 완벽한 몰입과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드래곤이라는 거대하고 무자비한 동물에게 선택받은 라이더라는 버거운 운명을 감당하며 전과 달리 더욱 성장해나가는 바이올렛의 모습과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분명 많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