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과학 소설이란 제일 변화무쌍하고 제일 정신 나간 상상을 뉴스 보도처럼 진실하게 쓴 것이라고 한다. 삼체가 바로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삼체에는 지구가 아닌 다른 우주의 문명이 등장한다. 지구와 제일 가까운 행성이나 항성은 아니지만, 그 행성 속 사람들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문명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그 삼체 우주 문명은 세 개의 태양이 있어, 난세기와 항세기가 존재한다. 세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난세기는 행성이 불타기 때문에 더이상의 문명 영위가 불가하다. 난세기에 사람들은 항세기의 생존을 위해 몸의 수분을 제거한다. 이를 탈수라고 표현하는데 죽은 상태도 아닌, 그렇지만 살아있는 상태로도 보기 어려운 상태로 항세기를 기다린다. 다만, 세 개의 태양은 규칙적으로 운행하지 않고, 이에 따라 항세기는 정해진 규칙 속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불문명하다.
반대로 세 개의 태양이 모두 사라지는 난세기도 존재한다. 태양이 모두 사라지면 눈이 오고, 눈이 계속해서 오면 절대 영도가 되어 대기층이 사라진다. 사라진 대기층에서 사람들은 또 탈수를 진행하고, 그렇게 어두운 밤은 48년 동안 지속되고 한다. 그렇게 삼체의 우주 문명은 수없이 멸망하지만, 그렇다고 문명의 씨앗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시 또 존재하지 않는 규칙 속에서 하나의 태양이 떠오르는 항세기가 도달하면, 삼체의 인류는 다시 살아나 다시 문명을 이어간다. 다만 멸망한 문명 속에서 처음부터 다시 문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명을 이룰 때 쯤 행성이 다시 망하고, 또 다시 문명을 건립할 때 쯤 다시 사람들이 죽어가는 삼체 행성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문명의 씨앗을 유지한 삼체인들이 한편으로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예상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규칙의 항세기와 난세기에서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 삼체의 문명을 이어가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바로 그러한 욕구를 소설 주인공인 예원제가 그들에게 연락을 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가상 현실 게임, 천체 물리학, 그리고 우주까지 광활한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소설이 시작점이 중국의 문화 대혁명이라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문화 대혁명의 광기 속에서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인 예원제. 혼돈의 시기 속에서 국가 그리고 나아가 지구가 자생력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그녀는 삼체 행성에게 지구로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항간에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예원제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생각을 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그녀가 지구를 대표해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 결국 그녀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은 지구의 종말로 이끌어간다. 소설 속 다른 주인공들은 세계에서 권위 있는 물리학자들이지만, 지구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할 수도, 해결할 수 있는 힘도 없다. 규칙도 없이 항세기와 난세기를 겪는 삼체 행성에서 탈출한 삼체인들을 주인공들은 맞서 싸우려고 하지만, 그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다. 결국 소설은 삼체인과 맞서 싸우려는 물리학자들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삼체인들을 이겨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다시 그들은 또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려고 한다. 지구를 포기하고 삼체인들에게 지구를 넘긴 예원제, 그리고 지구를 포기하지 않고 삼체인을 맞서 이기려고 하는 물리학자 주인공들. 상반된 주인공들의 모습은 실제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존재 할법한 모습이였고, 과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들의 모습을 궁금하게 한 과학소설이였다.
잘 쓴 과학 소설이란 제일 변화무쌍하고 제일 정신 나간 상상을 뉴스 보도처럼 진실하게 쓴 것이라고 했다. 문명이 있는 외계 행성이 지구를 침략하려고 찾아오는 상상, 그런데 그 상상 속에서 현실 속 주인공들의 상반된 모습. 한 쪽은 지구를 넘기고, 한 쪽은 지구를 지키는 모습. 과연 주인공들이 삼체인에게 어떻게 맞서 싸워서 이길지, 아니면 결국 질지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는 소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