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저자가 각 장마다 워낙 재미있는 일화를 많이 제공해서 거의 하루만에 끝까지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책도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수많은 재미있는 사례들과 저명한 인물들의 예시를 제공하여, 주말에 오전 11시경 읽기 시작하여 오후 4시경에 마지막 장까지 독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저자는 탁월한 입담을 지닌 작가로서 많은 독서를 하고, 고전을 해석하고, 최근의 사례와 신문기사들을 주제별로 잘 정리하여 각 장에서 바탕이 되는 데이터로 적절히 사용을 하고 있다.
저자는 첫장에서 본인이 어린시절 직접 겪었던 일화를 전면에 제시하며 독자의 눈을 잡아 끈다. 어린시절 친구들의 요청에 따라 험한 날씨에서 스키를 타러 갈까 말까 선택을 하는 순간 저자는 무언가 가고 싶지 않은 기분 때문에 혼자 가지 않고 산 밑에서 친구들을 픽업하기로 결정을 했고, 친구 두명만 스키를 타러 올라갔는데, 그날 산사태가 나서 스키를 타던 사람들은 사망하고, 저자는 목숨을 구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언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또는 그저 흥미로 의사 선택을 하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인생에서 의외로 자주 나타난다. 그리고 때로는 이러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서 나중에 거대한 역사적 방향을 변동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1776년 롱아일랜드 전투에서 조지 워싱턴이 이끈 대륙군은 영국군에게 대패했다. 그런데 그때 영국군은 미국의 독립전쟁을 압도적인 승리로 끝낼 수도 있었다. 영국 해군이 이스트강 상류로 올라갔다면 워싱턴의 대륙군은 독안에 든 쥐의 신세가 되어 전멸할 수도 있었는데, 바람이 도와주지 않아서 그날 영국 해군은 이스트강 상류로 올라가지 못했고 이렇게 자연적이 바람의 영향으로 미국은 결국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1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게 된 계기도 매우 아슬아슬한 사례였다. 미국을 출발해 영국 리버풀로 향하려던 미국 루시타니아호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보일러실을 하루 중단했고, 이 결과 항해 날짜가 하루 늦어져서 대서양에서 독일의 유보트를 맞닥뜨려 독일 어뢰에 격침되었다. 그 결과 1200여명의 인원이 사망하였고 미국은 즉각 참전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 경기가 나쁘지 않고 루시타니아호의 선장이 비용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면 하루 일찍 출발을 했을테고, 독일 잠수정과 마주하는 일이 없었을테고, 미국의 1차세계대전 참전 결정이 없었거나 뒤로 한참 미루어질 수도 있었다. 20세기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전쟁에 미국이 참여하게 된 것은 이토록 매우 사소한 결정과 원인에 의한 것이었다.
각 장에서 저자는 매우 통찰력 있는 원리를 앞부분에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사례들을 연달아 제시하는데, 제10장에 나오는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 고통은 평화와 달리 집중력을 발휘시킨다"에서 아래와 같은 일화를 제시한다. 한 일화를 통해 저자는 군대가 혁신의 엔진이라고 이야기한다. 군은 워낙 중차대하고 긴급한 전쟁이라는 이슈를 직접 다루므로 비용과 인력이 얼마나 필요하든 아낌없이 자원을 투입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편상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하고 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오펜하이머가 세계적 각 과학분야의 권위자들을 초빙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테스트를 완료한 것처럼 군대에서는 매우 긴박한 긴장감과 촉박한 데드라인 속에 인간의 잠재력을 꺼내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며, 똑같은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잠재력 발휘 수준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즉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대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상황, 해결책 발견에 미래가 달려 있어서 빨리 행동해야만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심 탈레브는 말했다. "역경에 과잉 반응할 때 분출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혁신을 만들어낸다." 즉 역경이 혁신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각 장에서 매우 의미있고 흥미로운 원리와 사례들을 제시한다. 나는 가족들에게도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