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요사건들을 통해 역사의 큰 흐름을 알려주는 교양서들이 인기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미술사나 음악사에 있어서도 주요 작품들을 가지고 주요 사조들을 설명하는 것이 대중적 이해를 얻기 쉽다는 평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서를 선택할 때는 가볍게 돈의 역사(또는 화폐제도 및 금융의 역사)를 접해보고자 했던 의도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책을 선택했던 목적에는 상당히 충실했고 재미있게 교양을 쌓을 수 있지 않았나 쉽습니다.
본서는 크게 7개의 테마를 가지고 세계사의 주요 이벤트들을 해석합니다. 장점이라면 특정사건에 대한 해석의 폭이 상당히 넓어질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해당사건을 잘 모르는 독자들이나 세계사의 큰 흐름을 모르는 경우에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요 테마 7개의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금리가 높은 나라는 투자처로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다
2. 화폐공급이 줄 때 경기가 나빠진다
3. 생산성의 증가가 빠른 혁신 국가에 투자하라
4. 불황이 시작될 때에는 단호하게 행동하라
5. 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
6. 버블이 붕괴될 때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풀어야 한다
7. 건전 재정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이 결론이 나오기까지 18세기 영불간의 패권 다툼, 대공황, 일본버블, 우리나라 IMF사태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돈 및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내용입니다. 일독하며 많은 시사점들을 얻을 수 있었고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도 충분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3부. 맬서스와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교훈: 생산성의 증가가 빠른 혁신 국가에 투자하라) 부분이었습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기술력이나 경제규모에서 서양을 앞서나갔던 중국이 왜 산업혁명에는 실패했는지를 보유 노동력의 차이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산업혁명 대 근면혁명이라는 구조도 흥미로웠습니다. 값싼 노동력이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되었지만 제조업 중심의 시대에서는 역설적으로 기술 혁신의 방해가 되었다는 논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값싼 노동력은 근대 및 현대에서도 기술 도입 이후 주요국의 경쟁력으로 충분히 활용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작점에서는 제약요소라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돈의 역사, 즉 경제 및 금융의 관점에서 해석을 하다보니 사회 정치적 차이에 대해서는 분석에 한계가 있는 듯 하였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공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인건비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혁신의 니즈도 있었겠지만 상공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자하는 자본가 계급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 제도적 차이도 컸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투자의 주요 판단을 단순한 외형적 지표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었고 생산성 향상이 결국 혁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혁신성장이 우리 경제의 주요 화두가 된 상황에서 혁신의 정의를 생산성 향상이라는 경제적 용어로 설명하니 이해가 쉬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플랫폼들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기준을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놓고 냉철한 경제적 판단을 내려야하는 시점입니다. 부동산 폭등 등 생산성 향상과 관계없는 외형적 경제 성장을 이룬 1980년대 일본 버블을 예시한 본문과 같이, 우리도 외형적 수치보다는 그로 인한 실질적 생산성 개선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이를 검증하고 경제적 효과를 예측하여 지원하는 금융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워온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 차원에서 인과관계 및 함의를 해석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특정 사안에 대해서 일반적인 관점 이외에도 경제적, 금융적 관점에서 파악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느꼈으며, 혁신성장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