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대가에게 원포인트레슨을 받을 수 있는 책. 투자 비즈니스와 같이 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분야에서는 사실상 학습곡선의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주식시장의 희망적 요소이자 절망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 투자자는 전문 투자자에 비해 한 가지 중요한 이점을 누린다. 오늘날처럼 치열한 시장환경에서 전문 투자자는 분기별 실적을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반면에, 개인 투자자는 원하는 종목을 골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게 투자할 수 있다. 가치투자(저PER 종목)를 위해서는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치말한 분석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더욱이 시장이 강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확실한 수익과 저PER을 보이는 우량기업의 우량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을 두고 냉정히 판단하며 여기에 행운까지 따라주는 투자자라면 장기간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행운이 한순간에 재앙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투자게임의 본질이다. 존네프는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얻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을 꿰뚫지 못하거나 너무 성급하게 덤비는 투자자는 차라리 그 돈을 다른 데 쓰는 편이 백 배 나을 것이다. 투자의 성공은 반드시 우량주나 강세시장과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우리의 성공 이면에는 현명한 판단과 꺾이지 않는 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현명한 판단 덕분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고, 꿋꿋한 의지 덕분에 남들은 모두 다른 방향을 향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방향감각을 상실하지 않았다. 아무리 열등한 주식도 때로는 화려하게 거듭날 수 있다. 겉보기에 멋들어진 포트폴리오만 추구했더라면 아마 윈저 펀드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투자할 기업을 내 스스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익을 위해서는 거창한 수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동안의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투자자들이 기본을 무시하는 바람에 머잖아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를 수 없이 보아왔다. 초보 투자자나 숙련된 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한결같이 제기하는 의문이 있다. 잘 알려진 대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작고 덜 알려진 기업에 승부수를 띄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윈저의 해답은 바로 계산된 참여 기법이었다. 무슨 심오한 뜻이 담긴 것처럼 들릴는지도 모르지만 계산된 참여야말로 매우 단순한 논리에 해당한다. 우리는 투자 종목을 선택할 때, 다른 종목을 택했을 때의 상대적 리스크와 수익성을 감안하여 결정했다. 예를 들어 특정 석유회사의 주식이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시장에서 다른 업종의 주식을 선택했을 때보다 분명히 나을지 어떨지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크고 안정적이며 예측성이 높은 기업과 토대는 빈약하지만 상품과 시장 또는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규모 기업을 구분하여 자산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윈저에서 포트폴리오의 가능성을 규명, 구분, 분석하는 바탕에는 바로 이 계산된 참여의 원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품질과 시장성, 성장과 경제적 특성을 기준으로 성장주와 기초산업주를 평가했다. 반면에 전통적인 업종 분석 방식은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이처럼 몇 가지 기준을 기존의 두 가지 종목군에 적용하여 다시 몇 가지 종목군을 형성했고, 이렇게 분류된 종목군은 향후 30년간 윈저의 투자 무대로서의 역할을 했다. 계산된 참여라는 시각에서 보면 그동안 형편없었던 실적의 원인은 자명했다. 1961년부터 1962년 사이의 주가폭락 이후 시장의 관심이 성장주로 쏠렸을 때, 윈저에서는 우량주를 찾는 데 경쟁업체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전문성이 빈약한 투자위원회에서는 폭락한 주식을 재빨리 처분하지 않고 끝까지 쥐고 있다가 오히려 반등하기 직전에 팔아버리곤 했다. 그러나 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취임한 후 첫 일 년간 과거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치중했고 이런 노력은 그만한 결실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내가 볼때는 차이의 투자방식이 상당히 위험해보였다. 미래의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며 현재의 실적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는 일도 빈번했다. 한마디로 위대한 바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른바 이야기주 예찬론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은 차이가 선호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를 사들이기 위해 줄을 섰다. 요즘의 시장과 비슷해보인다. LG화학을 찬양하는 리포트를 쓰고, 개미들에게 물량 떠넘기는 기관들...주식시장에서는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