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부자다? 옛말이다. 요즘은 수중에 가진 돈이 얼마 없어도 강남에 똑똑한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부자 소리를 듣는다. 혹은 비트코인을 가지고있거나 선물,옵션 등 각종 금융상품을 보유한 사람이 더 부유할 수도 있다. 즉, 돈이 많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부가 큰 것이 더 중요하다. ‘돈=부 아닌가? 그 말이 그 말이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돈은 부를 세는 단위에 불과하며, 부의 축적 수단으로서의 가치 또한 하락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만 봐도 그렇다. 현금이 많은 사람을 현금 부자라고 한다. 반면, 부동산이 많은 사람은 부동산 재벌이라고 한다. 부자와 재벌. 단어부터 다르지 않은가? 우리는 돈이 아니라 부의 극대화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있다.
그렇다면 부의 극대화 방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시중에 수많은 재테크 관련 서적이 있다. 월 200만원의 월급으로 5억을 모았다는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에서 슈퍼개미의 성공스토리까지 참 다양하다. TV에도 재테크 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경제 전문 채널의 애널리스트들은 매일 종목을 추천하고, 투자 전문 유튜버도 자신만의 분석을 구독, 좋아요 해달라 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여전히 어렵고 나의 부는 그대로다. 오히려 정보가 많아질수록 혼란스러우며, 투자 기법의 유행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탓에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검증된 구루(guru)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노벨상이 검증한 학자들의 이론과 현대의 경제 환경을 적절히 버무린 책이 바로 <부의 인문학>이다. 한 철 유행 지나면 못 신는 화려한 신발이 아닌,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스러운 광택이 나는 구두. <부의 인문학>은 후자와 같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 두 가지를 꼽자면, 작가의 경력과 책의 전개방식이다. 첫째로 작가는 네이버 카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책의 머리글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카페에 글을 쓰다가 유명해져 이 책까지 저술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력 덕분인지 이 책은 명료하면서도 친절하다. 보통의 경제관련 서적은 이론에 대해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하거나 전문성이 너무 깊은 나머지 불충분한 설명으로 독자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반면 이 책의 작가는 커뮤니티에서 갈고 닦은 필력을 십분 발휘하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경제이론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 둘째로 책의 전개방식이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잘 요약되어있다. 케인즈, 마코위츠 등 학창시절 재무 관련 수업에서 한번쯤 들어봤던 이름들이 병렬적으로 등장한다. 사실 옴니버스식 구성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 철학자의 사상을 나열하며 소개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과, 책에 대한 짤막한 서평이 주 내요인 <책은 도끼다>라는 책 등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각각의 경제 이론과 시장(부동산, 주식)을 연결하여 작가의 의견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유한계급론>을 쓴 베블런의 주장을 통해 인간의 과시욕구를 설명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과시욕구가 강남의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과시욕구는 본능이기 때문에 강남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작가의 예측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장의 근거와 전개 방식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이 책은 누가 읽어야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투자를 막 시작한 사람에게 추천하고싶다. 주식 차트 보는 법, 앞으로 오를 부동산을 선택하는 법 등 기술적인 분석에 앞서 꼭 읽어야 하는 기본서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등산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암벽 타는 법이 아니다. 지도를 보는 법이다. 어떤 코스로 정상에 오를지 미리 정해야 중간에 길을 잃지 않는다. 암벽을 타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부의 인문학>은 투자 분야를 이미 완봉한 거대 학자들의 등산로를 소개한 책이다. 노벨상이 검증한 등산로를 따라서 부의 여정을 완봉하고 싶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