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로나 19로 국내외 여행길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는 너나할것 없이 많은 여행을 다녔던 것 같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사람을 만난다고 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쉬지않고 해외로 국내 좋은 곳으로 떠났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에 부응이라도 하듯 사람들은 휴가마다 잘도 떠났다. 이런 때에 가끔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이 바로 소설가 김영하의 이 책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며 나의 여행의 이유와 비교해보고 싶었다. 한데 이제는 여행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부터 여행을 진짜 떠나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려고 할까? 소설가 김영하도 오랫동안 여행자의 삶을 살면서 여행의 이유에 대해 캐물었던 것 같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한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지며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단다.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왔다는 저자는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는데 여행은 자신의 인생이었고 인생은 곧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여행의 경험을 담았다. 집필을 위해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하는 <추방과 멀미>를 비롯해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 등 아홉 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두번째 이야기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는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다. 집안 벽지의 오래된 얼룩처럼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거나 지워지지는 않지만, 여행은 불현듯 그에 맞설 힘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은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예능 프로그램 <알뜰신잡>에 출연하면서 하게된 독특한 여행에 대한 글이다. 이곳에 풀어낸 그의 이야기들은 매순간 여행을 소망하는 여행자의 삶은 물론 여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일지 모른다. 그래서 언제나 타인의 환대나 신뢰를 필요로 한다. 여행할 때 많은 현지인이나 가이드들이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편안하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처럼 우리는 일상에서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살아간다. 여행길에서 돈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지 잠자리를 제공하고 먹을 것을 주고 태워주고 하는 일들이 있었듯 일상의 삶에서도 무수한 타인들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말처럼 여행은 인생이고 인생은 여행이라는 표현은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저자는 가끔은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날선 말로 감정을 다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함께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느낌을 공유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여행은 그저 지루한 고역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여행이 그러하듯 인생을 살면서도 함께하는 사람이 없다면 인생은 지루한 고역일지 모른다. 긴 여행을 하다보면 짧은 구간들을 함께 하는 동행이 생긴다. 며칠동안 함께 움직이다가 어떤 이는 먼저 떠나고, 어떤 이는 방향이 달라 다른 길로 간다. 그렇게 헤어져 영영 다시 못만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행자가 겪는 자연스런 모습인데, 우리 모두가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인생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 보내는 마음도 덜 괴로울 것 같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요즘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짧은 개나 고양이를 떠나 보낼 때도 이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 이 책은 이렇듯 비단 여행을 떠나서 여행자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여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