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여의도를 산책하고는 하는데, 나무 이름이 팻말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지나가면서 자주 보다보니 나무 이름들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산책길에 만났던 반가운 나무 이름들의 유래를 알고나니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국수나무) 가지를 잘라서 세로로 찢어보면 목질은 얼마 없고 좀 푸석거리는 황갈색의 굵은 속고갱이가 대부분이다. 이런 모습이 얼핏 국수 면발 같다고 하여 국수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때죽나무) 가을에 수천 개씩 아래로 조랑조당 매달리는 열매가 회색으로 반질반질해서 마치 스님이 모여 있는 것 가타하여 처음엔 "떼중나무"로 부르다가 때죽나무로 변한 것으로 짐작된다.
(마가목) 껍질이 매끄럽고 줄기가 곧아 지팡이를 만들기 적합하다. 옛날부터 순우리말 이름으로 불려왔지 한자 이름이 따로 있지 않았는데. 이두로 표기를 하다보니 이렇게 여러 한자 이름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미루나무) 처음 수입해온 사람들은 버드나무 종류로 여겨 버들 류를 넣어 이름을 지었다. 미국에서 와서 혹은 원뿔모양의 수형이 아름다워서 처음에는 미류나무라고 했다.
(양버들) 가지가 옆으로 잘 벌어지지 않고 곧추서서 수형이 뾰족탑 모양이다. 미루나무와 비슷하나 잎 밑에 선점이 없으며 잎은 폭이 넓고 길이가 짧아 미루나무와 구별된다.
(배롱나무) 백 일에 걸친 긴 기간동안 꽃 하나하나가 계속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다.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이어달리기로 계속 피는데 백일홍이라고 한다. 백일홍나무가 배기롱나무를 거처 배롱나무가 되었다.
(버즘나무) 플라타너스의 공식적인 우리 이름은 버즘나무이다. 개화기의 학자들이 이 나무의 나무껍질을 보고 버짐을 떠올려 붙인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수없이 달리는 탁구공 굵기의 동그란 열매를 보고 방울나무라고 부른다.
(인도보리수)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서 6년 동안 깊은 사색에 정진하여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산스크리트어로 '마음을 깨쳐준다'라는 뜻의 보디드루마라고 하며, 불경을 한자로 변역할 때 이 나무의 이름을 그대로 음역해 보리수라는 이름을 지었다.
(산딸나무) 산속 나무인데 풀 딸기와 닮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란 뜻으로 산딸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진분홍으로 익은 열매는 딸기처럼 먹을 수 있다.
(산수유) 수유는 붉은 열매를 매다는 나무란 뜻이며 강장제로 이용되었다. 산에도 심을 수 있는 수유나무란 의미로 산수유란 이름을 쓰고 있다.
(생강나무) 나뭇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으면 은은한 생강냄새가 난다. 생각과 전혀 다른 나무인 생강나무에도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
(서어나무) 한자로는 서목이다. 서어나무는 바로 이런 서쪽 숲속에서 자라거나 때로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극상림을 이룬다. 서목이라고 하다가 서나무로 변하고 다시 발음이 자연스러운 서어나무가 된 것이다.
(시무나무) 20을 나타내는 스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김삿갓의 풍자시에 "이십수하삼십객, 사십촌중오십반"이라 했는데 "시무나무 아래 서러운 손님이 망할놈의 마을에서 쉰밥을 얻어먹었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길을 따라 이정표로 5리마다 오리나무 10리 또는 20리마다 시무남무를 심었다는 말이 있다.
(쉬나무) 이름은 수유에서 유래하였다. 수유나무라고 하다가 발음이 편한 쉬나무로 변한 것이다.
(수수꽃다리) 수수의 꽃이 달린 모습이 이 나무의 꽃대와 닮았다고 '수수 꽃 달린 나무'에서 수수꽃다리가 되었다.
(오리나무) 오리목이라 불렸고, 대체로 5리마다 자라고 있어서 길소니 이정표로 오리나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빨리 자란다는 뜻인 "올"의 옛말이 오리이다. 즉 다른 나무보다 더 잘 자라는 나무여서 오리나무가 된 것으로도 추정된다.
(작살나무) 보라색 쌀 자미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자쌀나무라 하다가 작살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
(굴참나무) 골이지는 참나무, (상수리나무) 한자어 상실에 이가 붙어 상실이나무 또는 임진왜란때 임금님 수라상에 상수리나무 도토리묵을 흔히 올렸다고 상수라라고 하다가 상수리가 되었다고도 한다. (졸참나무) 가장 작은 잎을 가진 참나무란 뜻의 조랑참나무 또는 조롱참나무에서 나왔다. (갈참나무) 가을참나무, (신갈나무) 새로 잎을 간 나무, 옛날 나무꾼들이 숲속에서 짚신 바닥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깔곤했기에 신갈이나무라고 부르다가 신갈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떡갈나무) 떡을 찔 때 시루 밑에 떡갈나무 잎을 깔거나 떡 사이사이에 넣어두어 떡이 달라붙는 것을 막고 잎 향기가 스며들게 하는데 쓰였다. 떡을 찔 때 잎을 깔 수 있는 나무
(팥배나무) 열매는 팥을 닮았고 꽃은 하얀 배나무 꽃 같다하여 '팥'과 '배'를 붙여 만든 이름
(회화나무) 중국 원산이 이 나무를 한자로는 괴라고 쓰며, 중국 발음 화이화회화나무는 가지르르 자유로이 뻗어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 학자수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