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주식(100루타)'이라는 제목은 매우 도발적이다. 과거 피터린치가 '월가의 영웅'에서 내세운 10루타 주식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가능할까. 두괄식으로 요약해본다. 1) 100배 주식을 찾으려고 의도적으로 애써라, 2) 매출액, 이익이 성장하는 주식이어야 한다, 3) PER이 낮아야 한다, 4) 사업적인 해자가 있어야 한다, 5) 소형주가 성장성이 높다, 6) 소유자가 직접 경영해야 한다, 7)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일명 '커피캔' 전략). 시장과 기업을 연구해서 소유자가 직접 경영하면서 성장성이 높고 경제적인 해자가 있는 종목을 커피캔에 담듯이 포트폴리오로 마아놓고 10년이고 20년이고 매도하지 말고 장기간을 보유하라는 전략이다.
괜찮은 전략일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발 세계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1/2차 오일 쇼크, 소련 몰락이 있었고 근시점에서도 아시아 외환위기, 911 테러, 2008년 리먼 사태, 중국의 부상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기업수명은 미국을 기준으로 1958년에는 61년이었으나 최근에는 정보기술은 6.6년, 헬스케어는 11.4년, 소비재는 12.4년, 통신서비스는 16.1년 등으로 주도산업의 변동 속도도 어지러울 정도로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저자 본인이나 저자가 꼽은 인물, 사례들이 모두 '미국'이라는 특수한 국가안에서 활동하고 이루어진 일들이다. 미국은 19세기 후반에 이미 세계 1위의 경제규모가 되었고 양차 대전 이후에는 부동의 1위 경제대국이고 패권국가이고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10여년 횡보하고 있고 이건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주가지수도 대동소이하다. 오직 미국의 S&P 지수만이 수십년 우상향했다는 것은 차트가 보여준다.
어지간한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 아니고서는 100배 주식을 선별해내는 것이 어렵다. 워렌버핏이나 찰리멍거는 78억명 세계인구중에 단 두명이다. 그외 투자 대가들을 모아보아도 아마도 0.00000 밑 자리의 소수점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명문대학을 나와서 월가에서 수십년 활동하는 기라성같은 미국 본토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도 대부분 틀린다. 하물며 극동의 작은 나라인 한국의 애송이 20대나 30대 직장인이나 40대 가정주부같은 일반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다.
성장성이 높고 이익률도 높은 기업은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어떤 신규 제품, 서비스가 새로이 시장에 런칭되어 성장하는 사이클을 우리는 역사에서 보아왔다. 초기에는 고만고만한 스타트업들이 난립했다가 주도 기업이 선별되어 기술표준이 정해지고 과점화가 이루어지면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매출액도 오르고 영업이익률도 30% 이상으로 높다. 이런 시점이 되면 대기업들이 그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진입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개선된 제품을 내놓아서 기존의 과점화되어 재미를 보던 중소기업들은 도태된다. 여러 대기업들이 들어오니 영업이익률도 점차 떨어져서 5%~7% 수준의 시장평균 레벨로 내려간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이다. PER가 낮은 소위 저PER주 종목들은 그만치 시장에서 낮은 멀티플을 적용받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가장 많은 경우는 성장성이 낮은 경우인데 저자가 주장한 것처럼 고ROE, 저PER 주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전산으로 추출해서 선별해내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형주가 성장성이 높다는 것도 근거가 약해보인다. 사업의 극 초반기부터 따지면 당연히 성장성이 높겠지만 어느정도 투자대상이 될만한 규모로 성장한 후부터 성장성을 따진다면 대형주-중형주-소형주 각각의 성장성이 다르다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경우만 보아도 매출규모가 국내 1위간 이후에도 몇배로 성장했다.
소유자가 직접 경영하는 종목이 좋다는 것은 대체로 동의한다. 단, 한국을 기준으로 하며 1세대 창업자 오너인 경우로 국한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이제는 한국도 자본주의 역사가 꽤 되다보니 3세, 4세로 경영승계가 이루어져있다. 2세 경영인만 해도 부친이 사업을 한창 키워나가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서 기업의 성장과 위기를 같이 겪었기에 그런데로 세상 경험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3세, 4세 경영인들은 어린시절에 이미 재벌가에서 자라서 편한 성장기를 보내고 해외유학을 다녀온 인물들이다. 한국의 산업지형도 어느정도 과점적으로 안정화되어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고 안되는 사업을 쳐내거나 하는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나 온실속의 인물들이다.
부정적인 반론만 나열했지만 그렇다고 본서가 읽기에 가치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라는 특수한 국가에서 꾸준히 우상향으로 성장한 자본시장을 한국의 사례에 대입하기는 어렵다고는 하여도, 매매중독으로 단타매매에 휘말리기 쉬운 투자자의 마인드를 다시 한번 세우는데는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성장성, 수익성이 뛰어난 종목을 매의 눈으로 선별해내서 수십년간 마음 편하게 보유하면서 복리로 큰돈을 버는 것은 모든 투자자들이 꿈꾸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