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밈 인사리의 "다시 보는 5만년의 역사"는 분명히 기원전 150만년전 부터 현재 디지털 사회까지 인류의 전 역사를 서술하고 있지만, 통상 역사책의 서술 방식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인류사를 상호연계성과 인간 집단 간의 분명한 차별성의 두개 축을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상호연계성은 6만년-4만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렵 채집인의 무리였을 때도 서로 연계된 여러 종족의 댁규모 단일 관계망을 이룬데부터 시작한다. 집단간의 차별성은 인간 집단이 자신을 '타자'와 구별되는 '우리'로 여기는 것이다. 역사는 사실을 다루지만, 종국은 서사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꾸며내게 되어 있다. 고대인에게 별자리는 서사였고, 실제로 그런 별자리는 쳐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했다. 현대에도 그런 별자리는 존재한다. 사회적 별자리는 의도를 형성하고 역사의 의제를 설정하며, 문화적 범위 안에 존재한다.
촘촘해진 사회적 연결망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차별성이 있는 집단간의 화해와 평화적 공존은 가능할까? 앞길을 예측하기 위해 저자는 과거로 돌아가 우리의 상호연계성와 차별성을 짚어보고자 했다.
우주의 팽창과 바다의 생성 등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후 여러 동물들의 생성 끝에 이족 보행의 영장류가 등장했다. 영장류는 언어와 도구를 가지고 타 생명체를 제압하며 생존 및 활동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영장류의 확장은 지리적 여건에 크게 의존했고, 환경적 편차에 따라 크게 농경 정착민과 유목민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농경정착민은 주로 강유역에서 도시화를 이루면서 발전했고, 유목민은 유라시아 대륙을 근간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원거래 교역의 발전으로 인간의 도시화는 매우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또한, 기원전 1000년과 기원전 350년 사이 인간은 무수히 많은 작은 서사들을 커다란 하나의 전체(거대 서사)로 발전시켜 응집력 있는 전체를 이루게 된다. 중국, 페르시아, 이집트, 히브리인 등 거대서사들이 신념체계를 기본을 이루게 된다.
거대제국(바빌론, 페르시아, 중국의 시황제, 로마 등)이 등장하고, 세계들이 팽창하고 중첩되면서, 그 결과 어떤 서사는 채택되고 어떤 것은 기각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매우 동등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송왕조의 쇠락, 이슬람 세계의 튀르크화, 아프간 족의 인도 북부 진출, 십자군 전쟁 같은 사건들은 북유럽에서 시작해 아시아 스텝 지대를 거치고, 주변부 곳곳의 도시문명들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면서 문화적 힘의 균형추를 동부 유라시아로부터 서부 유라시아로 이동시킨 드라마의 시작이 되었다.
이후 중국의 명왕조가 복고로 돌아서면서 세계 무대의 왕래에서 주춤해진 사이 유럽에서는 진보의 서사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십자군 운동의 막바지에 등장한 기술 덕택에 종이와 인쇄술과 책이 등장했으며, 이는 개신교 사상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과학이 출현, 코페르니쿠스 등이 활약하게 된다. 진보의 서사-'더 나은 것'이 가능하다는 확고한 믿음-는 설득력 있는 과학적 원리를 탐색하는 작업의 원동력이었다.
서기 1400년 들어서면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한 이후 수많은 유럽 국가들의 배가 신대륙으로 떠났으며, 아메리카 본토의 수백만명의 토착인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신대륙을 정복함으로써 유럽은 금, 은, 면화, 담배, 설탕, 럼주 등을 얻을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이들을 더 멀리 나가도록 독려했다.
15세기에 시작된 유럽의 팽창 과정은 19세기 내내 탄력을 받았다. 탄력의 비결 중 하나는 유럽적 서사의 공격적 응집력이었다. 진보의 서사에 의해 형성된 사회에서는 유용성이 확실히 드러난 발명품들이 여러가지 파생 발명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써 증기기관은 다른 분야로 적용되었으며, 전기는 전신기, 전화로 끊임없이 발전하였다. 기계의 출현으로 우리의 시간 감각은 빨라지거나 느려졌으며, 국지성이나 보편성을 띄게 되었다. 기차를 운행하려면 뉴욕의 시간과 애리조나주의 시간을 모두 고려해야한다. 더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대 안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특히 기계의 출현은 성별 분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들과 가정을 결부시켰던 물질적 필연성이 사라졌고, 혈족집단은 부족 단위에서 핵가족 단위로 축소되었다. 이후 특히 서양의 여성들은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성역할 혁명은 가부장적 가정의 종말, 인간 정체성의 근본적인 측면인 성별의 종말까지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인간들은 놀라운 소통능력(언어)와 도구(기계)를 이용해 자연을 통제하고, 인간끼리도 서로 견제하며 지내왔다. 저자의 방대한 서술과 통찰력을 요약하기는 쉽지 않으나, 과거를 돌아본 이유는 앞으로 사람이 평화롭게 공유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우리의 목표는 모은 이가 '똑같아 지는' 것도 '저들'을 교화해 우리와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지도로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길을 찾는 것이다. 문화적 경게를 초월하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맥락을 중시해야 한다. 타자의 시각을 어렴풋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불완전하지만, 공존할 수 있는 세계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