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심리학의 아인슈타인
본 도서는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데니얼 카네만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이야기를 머니볼, 빅숏의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저술한 탁월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책을 펼치자 마자 책장이 훌훌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루이스의 전작 머니볼의 농구버전으로 수백억을 들어가는 의사결정인 NBA 드래프트에서 어떠한 선발 실수가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릴 모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대니와 아모스의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인간의 판단 오류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난해하고 심오한 이야기다. 심리테스트로 보이는 여러 실험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베이즈 규칙, 기저율, 소수법칙, 확률과 통계 개념으로 우리 판단의 오류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구는 대부분 주류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들의 합리적 판단 이론을 비웃는 듯한 도전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1969년 히브리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된 대니와 아모스의 공동연구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들은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함께 했으며, 그들의 연구실에는 웃음과 고함소리가 가득했고, 다른 사람은 그들의 대화에 초대받지 못했으며, 한 개의 타자기를 이용하여 논문을 완성하는 등 괴팍스러운 천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우리 인간은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끊임없이 추측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추측은 인간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생존율을 높여주었고, 대대로 유전되어 우리의 유전자와 뇌에 각인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은 원시자연에서 인간종의 생존을 높여 주었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수많은 오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불확실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에 기초하여 직장, 배우자, 대통령 후보, 주식 및 부동산 매매 등을 결정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확한 확률을 계산하도록 타고 나지 못한 우리 인간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림짐작(huristic)만을 할 뿐이다. 대니와 아모스는 어림짐작에 대표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람이 판단을 할때, 판단 대상을 머리속에 있는 어떤 모델과 비교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모델, 또는 모집단과 비교한다. 그런데 발생가능성의 확률을 알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표성 때문에 판단이 왜곡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두번째 오류의 원인은 회상/연상 용이성(availablity)이다. 회상/연상이 용이할수록 그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것이다. 회상용이성의 오류는 판단에 필요한 증거를 기억에서 꺼내기 어렵고, 잘못된 증거가 쉽게 떠오르는 상황에 들어가면 자주 발생한다.
대니와 아모스의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 어림짐작과 편향> 논문은 심리학자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많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내과전문의 레델마이어는 의료현장에서 인간의 판단 오류를 찾아보았다. 레델마이어는 사람들이 예측가능하고 상당히 체계적으로 실수를 저지른다는 점을 주목했다. 전공이 다른 전문의들은 똑같은 병을 두고 정반대의 진단을 내리거나, 데이터를 자세히 살피지 않고 기계적으로 판단을 내려 환자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사례 등 의료 현장에서의 대니와 아모스의 이론을 연구하였다. 의사와 환자가 저지르는 정신적인 실수말고도,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처럼 우리 뇌의 한계와 주의 집중에도 불구하고 우리 뇌는 이 허점이 인간에게 안보이도록 꼼수를 써서 우리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고, 우리가 안전하지 못할때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1975년 서른 세살의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대니와 아모스의 논문을 읽으며 심리학 폭탄을 싣고 경제학의 성역으로 돌진하는 폭탄트럭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그들의 논문이 주류 경제학 이론에 구멍을 내고 그 자리에 심리학을 집어넣는 영향력을 발견하게 된것이다. 리처드 세일러는 그들의 이론을 경제학에 적용하여 행동경제학자 이론을 연구하여 개인의 의사결정이 시장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캐스 선스타인과 함께 유명한 넛지라는 책을 저술하고 선택설계의 형태로 법과 공공정책으로 진출하였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아인슈타인, 대니와 아모스. 인간 판단의 오류를 확인하기 위한 수없이 많은 문제를 고안하고 대학원생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정립된 이론은 심리학과 경제학에 들어가 폭발하고 말았다. 이러한 이론은 인간의 오류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오류를 인식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