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직 부장판사인 작가가 진단한 한국사회의 국가주의적, 집단주의적 사회 문화를 신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작가는 합리적인 개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온전하고 궁극적인 "개인주의자"의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책임도 필요하고, 나아가 "사회"의 책임과 변화가 절실하다는 내용이다.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개인주의자라는 단어는 얼핏들으면 다른 사람은 뭐라 하든 나는 내 갈 길 간다는 식의 느낌으로, 우리 한국 사회가 그동안 지향해왔던 공동체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느껴지는 단어이다. 자기 자신만 챙기고 타인의 이해와 감정은 무시하는 뉘앙스의 단어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궁극의 개인주의자가 아니라, 합리적인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선택한 개인주의자를 주장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야 타인의 욕구도 존중할 수 있고, 타인의 욕구도 존중되어야 마지막에 내가 원하는 개인주의가 성립된다는 의미이다. 개인주의자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주의자이기에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내가 아닌 상대방이 상처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한 개인으로 보호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한 개인으로 보호해 주려면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저자는 눈치와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한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닙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 아래서 성형중독, 사교육 중독, 학력위조, 분수에 안맞는 호화 결혼식 등의 강박적 인정투쟁이 벌어진다. 사실 이 모든것은 같은 현상이다.
타인과의 비교에 대한 집착이 무한경쟁을 낳는다. 잘나가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비로소 안도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탈락의 공포에 시달린다. 결국 자존감 결핍으로 인한 집단 의존증은 집단의 뒤에 숨은 무책임한 이기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한 개인으로는 위축되어 있으면서도 익명의 가면을 쓰면 뻔뻔스러워지고 무리를 지으면 잔혹해진다. 고도 성장기의 신화가 끝난 저성장 시대, 강자와 약자의 격차는 넘을 수 없게 크고, 약자는 위로 넘볼수 없으니 어떻게든 무리를 지어 더 약한자와 구분하려 든다.
원래 행복의 원천이어야 할 인간관계가 집단주의사회에서는 그 관계의 속성때문에 오히려 불행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맛있는 음식도 내가 원치 않을떄 강제로 먹으면 배탈이 나듯, 타인과의 관계가 나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사와 관계없이 강요되고, 의무와 복종의 위계로 짜이는데 이것이 행복의 원천이 될 리 없다.
인간이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 과잉 기대도 말고 과장된 절망도 치우고 서로 그나마 예쁜 구석 찾아가며 참고 살아야 한다. 큰 기대 않고 보면 예쁜 구석이 꽤 있다. 이건 결국 자기 변명이다. 그래야 남들도 나를 참아줄 테니까. 어차피 사람들을 피해 혼자 살 것도 아니면서 인간의 본질적 한계, 이기심, 위선, 추악함 운운하며 바뀌지도 않을 것들에 대해 하나마나한 소리 하지 말고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존재답게 최소한의 공존의 지혜를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각자 행복 극대화를 위한 최선의 전략일수 있다.
작가는 작은 책임부터 부담없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한 집단주의 문화의 사회다. 나서는 것을 죄악시하고 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한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누가 뭘 잘했을 때의 칭찬보다 그가 어떤 한 가지 잘못햇을때 그러면 그렇지 않고 달려들어 돌팔매질하는 광기가 훨씬 뜨겁다. 당연히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책임을 맡지 말아야 한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 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그렇게 힘든 일이기에 매우 귀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