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물질문명은 오늘날의 현대사회에 이르러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성과는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안겨다 주었지만 반대급부로 인간의 창조물인 물질문명에 거꾸로 종속되는 경향이 강해짐으로써 인간소외현상을 낳게 되었고, 극단적으로는 인간성마저 상실되어 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 개인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나 스스로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특히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올바른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가? 향후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 정답은 없지만 꼭 필요한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이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을 접하게 되었다.
실제 내용과 관계없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이책의 제목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앞서 기술한 배경에서 기초 철학을 원했던 나의 목적에 1차적으로 부합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조직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나름대로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여 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를 전공한 이후 조직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로 성공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으며, 책의 내용에는 철학뿐만 아니라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등 다양한 다른 학문에서 다루는 이론과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철학은 1.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2.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알려주며 3.어젠다를 정할 수 있게 하고 4.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도와 줄 수 있기에 매우 유용하며 필수적인 소양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의 4가지 툴을 제공하는 소양인 철학에 대한 학습을 도와 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보다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50개의 예시 중 상당수가 철학이라기 보다는 심리학에 기초한 이론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고자 하는 주제를 설명한다. 아마도 이것은 저자 스스로 인사 조직의 컨설턴트로서 오랜 기간 근무를 하였고 그 기반에서 이 책을 저술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내 자신도 경영학 전공자로서 학창시절 조직행동론과 인사관리를 전공 필수 과목으로 수강한 적이 있다. 조직은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기에 조직행동론에서 다루는 많은 내용이 심리학적 배경에 기초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11번 주제의 매슬로의 욕구단계설, 12번 주제의 리언 페스팅어의 인지 부조화, 14번 주제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쿠르트 레빈의 변화 과정 등이 그 예이다. 또한 경제학적 배경에 기초한 사례도 있는데 22번 주제의 존 내시의 내시균형, 28번 주제의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36번 주제의 장 보드라이르의 차이적 소비 등이 그 예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장인 4장에서 다루는 38번 주제부터 50번 주제까지는 비교적 순수 철학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장부터 3장까지의 1번 주제부터 37번 주제까지는 순수 철학이라기 보다는 심리학, 문화인류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적 배경에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의도한 특정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철학 또는 다른 학문적 배경의 이론을 끌어다가 끼워 맞추었다는 느낌이 들어 이는 조금 아쉬운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념을 이해하면 사고가 확장된다는 말처럼 눈 앞에 닥친 상황을 철학이나, 심리학, 경제학 개념에 맞추어 생각할 수 있는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큰 감명을 받았고 비단 작가가 제시한 50개의 주제에 그치지 않고 내가 그동안 학습하여 머리속에 담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을 향후 내가 마주할 상황에 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번역자가 역자 후기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달라졌고 철학(및 내가 알고 있는 다양한 개념)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