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노가 쓴 교육, 입시문제를 비판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몇년전에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캐슬이 생각난다. 스카이캐슬은 정말 한국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입입시의 소재를 가지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상류층의 입시전쟁에 대해 풀이한 드라마다. 나도 이 드라마는 챙겨봤고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그때당시 사람들은 스카이캐슬 드라마 얘기를 한참 하고는 했었다. 이렇듯 한국에서도 입시문제는 중요하지만, 일본에서도 청소년들의 입시문제는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중 하나인가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대학입시의 내용도 아니고, 고등학교 입시문제다. 나때만해도 고등학교는 일반고를 가는게 보편화되어있었지만, 요즘은 명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어른들의 모습이 자주 보도되는것을 보면 잘 알지 못하는 일본 사정에 빗대어 생각해봐되 그리 과한얘기는 아닐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등학교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으며, 좋은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공부만 잘해서도 못간다고 알고있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2002년에 출간된 소설로 일본사회의 입시문제를 다루는 사회파미스터리의 논조를 띄고 있다. 명색이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인지라 사회적 메세지전달이라는 부산물과는 별개로 언제나 그렇듯 사건에 빨려들어가게 하는 가독성과 흡인력이란 추리소설의 주된 요소는 이번에도 빛이 난다.
아이들의 명문고등학교 입시를 위해 한적한 호숫가 별장에서 합숙훈련을 실시하는 네가족, 아이들을 별장에 몰아넣고 공부를 시키는 반면 부모들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대화가 심상치가 않다. 서로가 서로의 분륜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이 좋아 자유연애이지 부모들이 분륜이나 저지르고 있으니 이미 그들의 앞날이 심상치 않을것으로 느껴졌다. 슌스케 역시 아내몰래 직장동료 에리코와 밀애를 즐기고 있다. 그에겐 재혼한 아내 미나코와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다. 친자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들 쇼타에 대한 애정이 남들보다 못한것은 아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쉽게 느낄수 있는 점이지만 부모의 비뚤어진 욕망에 합숙훈련을 내켜하지 않는 슌스케가 독자들의 감정을 이입할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친엄마인 아내보다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 그 역시 분륜을 저지르고 있지만 뭔가 남다른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다음날 호숫가 별장에 때아닌 불청객이 찾아온다. 바로 슌스케의 내연녀 에리코다. 그날밤 무언가를 목격한 후 함꼐 밤을 보내려는 그녀는 슌스케의 아내 미나코로부터 살해를 당한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내연녀인 에리코가 죽었고..... 이것이 아내가 저지른 일이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별장에 모여 있던 이들이 모두 나서서 아내의 범죄를 감싸주는 것이 아닌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하던 사카자키 역시 어느새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살인을 은폐하려 든다. 무엇이 진실인 것일까?
이 소설의 최고재미는 바로 이 '범죄은닉' 이부분에 있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최대 장점중 하나가 범죄은닉에 시간, 공간싸움을 벌이는 아슬아슬함인데 호숙가살인사건의 그것 역시 남의 눈을 피해 범죄를 조작하는 은폐시도가 장르적 재미를 매우 극한으로 끌고 가서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을 많이 졸이가 만들기 때문이다. 마침내 독자들의 직면한 진실은 그들이 왜 그렇게도 에리코의 죽임을 은폐하려 했는지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러나 정말 나라면 그들과 똑같을 선택을 했을것인지 생각을 해보게된다. 애초에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던 등장인문들이기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한것은 아닌지... 작가는 독자들에게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듯하다. 설령 옳은 방법을 알고있다셈치더라도.. 과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선택할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소설은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은채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또다른 모호한 말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상처를 내고 싶지 않다는 슌스케의 마지막 선택이 더 큰 범죄를 불러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