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미권 최고의 질의응답 사이트인 '쿼라'(Quora)에 올라온 질문에 답을 다는 저자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쿼라’는 네이버의 지식IN 또는 다음의 아고라 같은 곳이다. (내 생각에 ‘Quora’는 ‘Qu’estion Ag‘ora’의 합쳐진 말이 아닐까 싶다)
저자 조던 피터슨은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40개의 법칙을 답으로 올렸다. 이 목록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그 중 12개를 추려 3년 동안 집필했다.
그는 인생의 절대적 진리 중 하나는 '인생은 고통이요 비극'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언젠가 병들거나 죽음을 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외면해봤자 인생의 비극 앞에서 무너지기 쉽다. 따라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고통에 무너지지 않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의 내면에 아직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대들 내면에는 아직 혼돈이 있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은 인생의 경험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로, ‘혼돈’, ‘질서’ 그리고 ‘혼돈과 질서를 중재하는 과정’을 들고 있다. 혼돈의 시기를 산다는 것은 변화무쌍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의미다. 피터슨에 따르면 ‘혼돈과 질서를 중재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혼돈과 질서에 예속된 자신을 탈출할 수 있다.
이때 ‘과정’이란 ‘의식’을 말한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먼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그 다음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렇듯 삶의 목표와 방향은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했던가.
피터슨은 춥고 황량한 캐나다 앨버타주 북부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접시닦이, 양봉업자, 건설 인부, 운전사 등 온갖 일을 경험하며 자랐다. 그는 자신의 영혼이 캄캄한 구렁텅이에 빠져 인생의 암흑기를 힘겹게 보낸 시절, 그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 친구가 되고 배우자와 자녀 및 부모가 사랑하며 많은 일들을 성실하게 해내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에 깊이 감동한 덕분”(100쪽)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그가 제시하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란 우리가 살면서 한두 번 쯤은 맞닥뜨리게 될 삶의 고비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에 관한 이야기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개인적으로 12가지 법칙 모두 좋았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12번째 법칙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 치면 쓰다듬어 주어라’였다. 왜냐하면 여기서 피터슨은 딸 미카일라가 어떻게 고통받고 자랐으며, 또 어떻게 성장하고 이겨냈는지 자세히 들려주기 때문이다. 나는 피터슨의 이야기를 통해서 앞서 말한 “인생의 의미를 찾고 고통에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미카일라는 7세 무렵 어느 날 일어서서 걷기 어려워했다. 병명은 다관절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 무려 서른일곱 관절에 문제가 있었다. 딸은 통증을 견디다 못해 실신하기도 했고, 발목을 절단할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그렇게 피터슨은 아빠로서 아픈 딸과 함께 10년 넘게 투병하면서 좋은 의사를 찾아 전전하고, 여러 번 수술도 받았다.
마침내 그는 딸을 돌보고 지켜보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위한 대원칙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인간은 나약하고 우리의 삶은 비극이다. 과거에 타인에게 일어났던 무수한 고통과 불행이 오늘날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저자는 우리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극복하기 어려운 일에 미리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축낼 필요가 전혀 없다고 조언한다. 나 역시 어려운 삶의 고비와 자주 마주했기에 마음에 와 닿은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