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라는 작가는 알지 못했지만 살인의 추억이라는 책 및 방송의 알쓸신잡에서 해박한 상식을 가진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개인적으로 여행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얘기가 별루 없어서 좋았다. 여행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메일 쳇바퀴 돌아가듯 고정적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탈'인 경우가 많지만 어릴때부터 겪은 잦은 이사로 고향이랄 곳 없고, 그래서 고향 친구도 없고, 심지어 10살 이전의 기억조차 없어서 어딜 가든 낯선 곳, 낯선 이, 낯선 일들의 연속이었던 작가에게 여행은 또 하나의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더욱 흥미로웠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가장 처 단락인 <추방과 멀미>였는데, 어이없는 상하이 추방 에피소드와 작가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베이징 에피소드의 자연스러운 연결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가장 신기했던 건 "학생처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 소리를 지르는 20대의 김영하'의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 역시 작가 김영하에 대한 이미지는 안쓸신잡에서 보았던 유쾌하고 엉뚱하며 그와중에도 날카로운 시선을 놓지 않는 작가적 모습인지라 20대의 김영하는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싶었지만, 생각해보면은 같은 알쓸신잡의 주요 출연자로서 5060의 아재미를 뽐냈던 유시민역시 20대엔 눈에서 레이저가 나갈 거 같던 사람이었으니 머 그걸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책속 많은 문장에서 공감을 얻었지만 딱 하나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작가는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돌아오는 여행기는 재미없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최대한 계획대로 실행되는 여행이 좋다. 모든게 낯설고 기본적인 언어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는 여행지에서 에상치 못한 일이 터지는 것만큼 패닉을 몰고 오는 상황도 없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떠날때 늘 변수가 없기만을 기도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삶의 방식을 보는 재미가 있다. 자기와 여행을 함께 다니는 사람들은 고생을 한다고 한다. 계획성이 없으니 말이다. 좋은 장소와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거 자체로 이야기 꺼리이고 뭔가 어긋나서 안좋은 일이 생겨도 쓸꺼리가 생긴다고 한다.그래서 김영하 저자에게는 좋은 일은 좋아서 좋고, 나쁜일은 쓸꺼리가 있어 좋다는 것,이란 이런 삶의 태도도 맘에 든다. 항상 긍적적으로 상황을 생각하니 이또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도 업무 처리할때 예전에는 잘되어야햐 하고 안되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안되면은 쓸꺼리가 생기고 경험이 생긴다 좋은거 좋아서 좋고 나쁜일은 나빠서 좋다라는 삶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공상은행 말소에 1.5개월간 고생한 일이 고색사의 야반도주로 6백만원 이상의 미수금과 세무국에서 신용이 떨어진 일 고객사 세무조사로 몇번이나 세무국 찾아가서 해결한 일 고객사 무형자산 평가 인정관련 세금이 6천만원 발생해서 17백만워ㅜㄴ 줄이려고 몇달 고생한 일 1년에 한두번 하던 청산을 몇달동안 10건 넘게 진행할일 고객 미수금이 쌓이는 일 이런 안좋은 일들이 모여 경험이 생기고 쓸거리가 생기고 할일이 생긴다. 비즈니스에서 안좋은 일이 생기는건 개선할 꺼리가 생긴다는 것이고 개선할 꺼리가 생긴다는건 회사가 더 좋아질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하여간 여행의 이유, 저자의 삶의 마인드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 여희 이유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기회가 있어 좋았고 말이다. 인생은 여행이다라는것도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이책은 매년 위시리스트에 들어있는 책중에 하나로써 이책을 통해 나의 오랜 독서 침체를 깰수 있게 도와주었다. 매달 꾸준히 책을 사 모으고 있지만 어찌도니 영문인지 요 몇년간은 완독한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현저하게 떨어진 집중력 탓일 테고, 장르를 바꿔보면 좀 나아질까 싶어 장르 구분없이 이채 저책가리지 않고 손을 대봤지만 결과는 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한 책만 모아도 스무 권은 족히 넘을듯하다. 그러나 보니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지쳐버려서 얼마 간에 아예 책도 손도 대지 않았지만 이 책은 나한테의 또 다른 감동을 주면서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