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1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또 다시 새로운 교양수업을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신입생 때에는 선배들이 추천해주는 수업, 친구들이 많이 듣는 수업을 따라 교양수업을 선택하였지만, 그렇게 선택한 수업들이 종강을 할때즈음 의미없이 흘러가게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번 수강신청만큼은 정말로 교양다운 수업을 고르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선택하게된 수업이 "서양미술의 역사와 감상"이었다. 미술이라곤 한번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나에게 서양미술사 수업이란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단어로만 들어보았던 르네상스, 고딕, 인상주의 같은 서양미술의 흐름들이 각각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면서 정말 '지식'을 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때마침 종각 직후에 유럽여행을 하게 되면서 강의시간에 배웠던 미술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까지 가지게 되어 서양미술에 대한 나의 흥미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군대에 다녀오고, 전역 후엔 시험공부와 취업준비에 치여 호기심으로 다가왔었던 서양미술은 다시금 나에게 학습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있었다. 때마침 행내 독서통신 연수를 통해 "교양미술감상(아는 만큼 이야기)"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기회를 통해 서양미술에 대한 나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대학시절 배웠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흐름과 유사하게 시대적 흐름을 기반으로 주요 작가와 작품, 주요 기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기원전 동굴벽화부터 고대 이집트, 르네상스, 인상주의, 모더니즘 등으로 이어지는 서양미술사 흐름 속에서 주요 작가와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과거에 서양미술사를 배우면서 공부했던 내용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예전에 처음 접했을때부터 관심이 갔었던 빛의 대비를 강조했던 카라바조의 작품들, 초점이 안맞는 사진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속에서 묘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모네의 작품들을 다시금 접하면서 예전의 감동과 흥미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만 같아 추억에 잠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과거에 배웠던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와 달리 미술사의 흐름에 따른 주요 화가와 작품 보다는 해당 시대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에 대해 곰브리치를 통해 배울 때에는 르네상스가 발생하게 된 배경,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 등을 중점적으로 보게 되었다면, 이번 책을 통해서는 르네상스 시기에 유행하던 화풍이 어떤 것인지, 그러한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무엇인지 작품 묘사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미술사적 흐름을 알지 못한 채로 이 책을 접했다면 이러한 서술방식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예전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서로 시너지가 될 수 있었고, 잊혀졌던 미술사에 대한 나의 흥미를 일깨우고 새로운 관점에서 미술사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었다.
이처럼 '교양미술감상(아는 만큼 이야기)'는 미술사에 대해 내가 과거에 배웠던 부분들을 되살려줬을 뿐만 아니라 미술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또한 갖추게 해주었다. 시대별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화풍과 그 화풍을 대표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 등을 하나씩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양 미술에 대한 나의 흥미를 한층 더 키울 수 있었으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미술사와 화풍 뿐만 아니라 각 작가에 초점을 맞춰서 작가의 생애에 집중하여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또한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프레스코 기법, 알라프리마 기법, 실크 스크린 기법 등 다양한 표현 기법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각 작가들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까지는 자세히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의 삶과 인생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 알고 그림을 감상한다면 앞으로 그림을 감상함에 있어서 한층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시작으로 서양미술에 대한 다양한 책을 접해 미술에 대한 견문을 더욱 넓히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