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긍정하고 사랑한 희망의 아이콘, 앤 셜리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빨강머리 앤>을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이라는 주제곡과 만화영화로 먼저 접했을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초록 지붕집에 사는 빨강 머리 앤이 상상력 풍부한 고아 소녀고 예쁜 길이나 풍경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작은 시골 마을 에이번리에 사는 매슈 커스버트와 마릴라 커스버트 남매는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자, 농장 일을 거들 남자아이를 입양하려고 하지만 착오가 생겨 열한 살의 고아 소녀 앤 셜리를 맡아 키우게 된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자기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과 일손을 빌리려는 사람들 사이를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집다운 집에 살게 된 앤 셜리는, 원래의 이름보다 로맨틱한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고 상상할 거리만 눈에 띄면 몽상에 빠져들어 하던 일을 까먹기 일쑤인 못 말리는 실수투성이 아이였다. 본래 풍부한 상상력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앤을 둘러싼 고되고 외로운 일상이 감수성 넘치는 소녀를 더 상상 속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책장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골짜기에서 메아리치는 자기 목소리에 이름을 붙여 상상 속 친구를 만든 것도, 고아원 앞의 앙상하고 처량한 나무들이 자신의 처지 같아 마음 아파한 것도, 어찌 보면 모두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외로운 울림의 반영이었을 테니 말이다.
저자 몽고메리의 삶이 투영된 빨강머리 앤... 앤의 외로움은 저자 몽고메리 자신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도 밝고 꿋꿋하게 자라나 능력을 갖춘 어엿한 숙녀가 되는 앤 셜리의 인생은 작가 몽고메리의 것과 닮았다. 물론 앤 셜리의 외모는 당시 무성영화 시대를 주름잡던 아름다운 여배우 에벌린 네즈빗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쁘지 않은 주근깨투성이로 기억하는 어릴 적 얼굴과 달리 성장한 앤을 예쁘고 근사하다고 심심찮게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작품해설 참고)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1874년 11월 30일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났다 태어난지 21개월 만에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아버지는 재혼하여 서부로 떠나면서 어린 몽고메리를 캐번디시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맡겼다. 이 시골 마을에서 몽고메리는 앤과 같은 감성을 키우고 샬럿 타운의 지역 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재능을 가꾸었다. 캐번디시에 살던 어린 시절 잘못 입양된 열한 살짜리 고아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빨강 머리 앤의 기초가 되었다. 또 소설 속에서 앤이 다닌 퀸스 학교의 모델이 된 샬럿타운의 프린스오브웨일스대학과 핼리팩스의 댈후우지대학을 졸업한 뒤 직접 교편을 잡기도 했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외할머니를 도우려고 캐번디시로 돌아와 우체국 일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캐번디시의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주로 황혼이 내린 저녁에 집필하며 자신의 삶이 투영된 빨강 머리 앤을 완성했다. 그리고 빨강 머리 앤의 성공에 힘입어 앤의 대학 생활고 결혼 생활을 비롯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여러권의 속편으로 발표했따. 앤 시리즈의 속편들은 안타깝게도 본편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1234567891245679845313465498416514987498465164198798465264987414657987651634687468132165168465131654684511684681465465163168498484857465131654654984513165464984168413516534164687468415135468746843513546497498784651313543549789454131351351354354354874978354135134574987874645132132416548574967945413385497484945131354654978945465464532132165465456498797874946554165465131321324165464654649879879879879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