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가본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5년전 신혼여행지로 갔던 멕시코의 휴양지 칸쿤이다. 사실 칸쿤은 미국인들의 휴양지로도 유명하고 당시에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뜨고있던 신혼여행지라 호텔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이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서양 백인들 아니면 신혼여행자로 보이는 한국인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하루종일 호텔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프라이빗 비치와 호텔 수영장에서만 놀았다. 2007년에 선정된 새로운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치첸이사 투어와 영화 '마스크'의 무대였던 클럽 '코코봉고'를 방문하기 위한 시내투어가 그나마 진짜 남미를 느낄 수 있었던 유일한 외출이었다. 치첸이사 투어를 가는 길에 창밖으로 보이던 멕시코의 도시들은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주로 보던,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약간 뿌옇고 왠지 노랗게 느껴지는 그 상상 그대로였다. 저녁에 잠깐 나섰던 칸쿤의 시내도 왠지 무서워 목적지만 잠깐 들렀다 다시 돌아왔다. 매체의 영향탓인지 멕시코의 경찰들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 불안감을 더 증폭시켰다. 별일은 없었지만 왠지 긴장을 하고 다녀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프로그램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볼때마다 부럽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생각하고 감탄을 연발하며 봤었다. 10여년전 아는 언니가 쿠바로의 여행을 제안한 적이 있다. 본인 친구들과 함께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그때는 잘 모르는 나라였고, 왠지 내키지 않았다. 조금 고민하다 거절했고, 그때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때 친구들과 쿠바에 다녀온 언니는 천국 같았다고 했다. 그뒤로 이따금씩 쿠바 여행기들을 검색해보며, 티비에 나오는 쿠바를 접하며 여행 자체를 포기한 그때의 아쉬움 때문인지 정말 내 눈에도 좋아보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도 좋아보였다. 이때의 아쉬움이 나도 모르게 신혼여행지를 칸쿤으로 정하도록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겠다. 긴장 가득한 경험과 아쉬움으로 라틴 아메리카는 막연히 동경의 도시가 된 것 같다. 막연하게 '이러하겠지'하고 생각했던 남미 지역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이 지역을 중남미라고 부른다.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차지하는 지리적 위치를 중심으로 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 경우 엄밀히 말하면 내가 다녀온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빠진다고 한다! 멕시코는 지리적으로는 북미에 속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멕시코는 아즈텍 제국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한 국가로서, 문화적으로는 중남미에 속한다. 그래서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통상 중남미라고 할 때는 북미 대륙의 멕시코까지 합쳐서 가리킨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에 속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스페인어를 쓰지만 브라질만이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포르투갈을 쓴다는 사실은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워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내용이었다. 그외의 내용은 기억이 희미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다. 정복 초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라틴아메리카의 영토와 주도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다 분쟁을 끝내기 위해 조약을 맺게 되었다. 이 때 스페인 대표와 포르투갈 대표가 지도를 펼쳐놓고 남북으로 선을 쭉 그어 지구를 둘로 나눈 다음 동쪽을 포르투갈이, 서쪽은 스페인이 차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지구를 나누다 보니 라틴아메리카 대륙 가운데 동쪽으로 튀어나온 브라질 땅은 포르투갈의 지배 지역에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라틴아메리카의 지도가 나온다. 최근에 본 미국드라마에서 파나마가 나왔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파나마를 멕시코의 한 도시라고 생각하고 그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책 중간중간에 맥시코의 전경 사진이 나올때마다 벅찬 기분을 느꼈다.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페루의 마추픽추,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 언제나 가고싶은 곳 여행지 1순위인 쿠바,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멕시코의 칸쿤까지.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