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세계에 중요한 이정표로 손꼽히는 '2011 인디비주얼 뎁스 월드 챔피언십'경기에서 뉴질랜드 윌리엄 트루브리지 선수가 딱 한 모금 공기로 폐를 채우고 건물 30층 높이의 수심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수심300피트 깊이에서는 수면보다 열 배 이상 강한 압력을 받는다. 콜라 캔을 찌그러뜨리고도 남을 압력이다. 30피트쯤 내려가면 인간의 폐는 평상시 보다 절반으로 줄어들고 수심 300피트에서는 야구공 크기로 쪼그라든다. 그런데 트루브리지를 포함하여 첫날 지켜본 대다수의 선수들이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누구 하나 억지로 물 속으로 들어가기는커텽 아주 천연덕스럽게, 마치 원래 그곳에 속했던 존재인 양 잠수했다. 그로부터 나흘동안 나는 몇 명의 선수가 300피트 가까이 잠수를 시도하는 걸 더 지켜봤다. 선수들은 코피가 흘러 피범벅이 되거나, 의식을 잃거나, 심지어 심장이 마비된채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저 바다와 가장 직접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위해 프리다이빙을 선택했을 뿐이다. 바다는 아직 조사나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미답의 불모지인 채로 남아 있다. 행성 지구에 최후로 남은 거대한 변방인 셈이다. 지구에서 진정한 적막감을 느낄 수 있다.
포유동물 잠수 반하, 생명의 마스터 스위치, 1963년 생리학자 숄랜더가 지었다. 우리 얼굴이 물에 잠기자마자 촉발되는 다양한 생리학적 반사작용을 일컫는데, 여러 기관 중에서도 뇌와 폐, 심장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더 깊이 잠수할 수록 반사작용도 더 강력하게 일어나고, 엄청난 수압으로부터 몸속 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변화에도 박차가 가해진다. 그리고 결국 우리 몸을 심해 잠수에 능한 동물처럼 바꾸어 놓는다.
자라면서 수륙 양용 반사신경을 발달시킨 사람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깊이까지 잠수할 수도 있다. 만일 육상에서 그와 같은 압력을 받는다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는 육지와 상이한 규칙들이 지배하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곳을 이해하려면 생각의 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수심 60피트에서 우리는 심장박동 수는 평상시의 반으로 줄고 혈액은 사지 말단에서부터 몸의 중앙에 있는 중요한 부분들을 향해 빠르게 역행한다. 폐는 원래 크기의 3분의 1로 쪼그라든다. 감각들은 마비되고 시냅스들 사이의 신호 전달 속도가 느려지면서 뇌는 깊은 명상에 빠진듯한 상태로 돌입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이 깊이 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몸 안에서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수심 300피트까지 내려가면 심장박동은 평상시의 4분의 1로 준다.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보다 더 느리게 뛰고, 감각들은 사라지고, 뇌는 꿈꾸는 상태가 된다.
보통 수심 650피트까지 잠수할 수 있다고 알려진 상어의 자기수용 감각은 용융한 상태인 지구 핵의 자기 펄스를 감지하고 그에 맞추는 기능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역시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고 과거 수천 년 동안 대양을 항해하거나 인적 없는 사막을 건널 때 이 능력을 활용했다.
1000피트 아래는 물은 더욱더 차가워지고 빛은 거의 사라져 암흑에 가까워진다. 돌고래와 해양 포유동물은 반향정위라 불리는 감각을 이용해서 70미터거리에 있는 쌀알 크기의 금속 알맹이를 볼 수 있고, 90미터가량 떨어져 있는 탁구공과 골프공을 구별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 중에도 음파 탐지 능력을 이용해 북적이는 도시의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숲에서 조깅하는가 하면 300미터 떨어진 건물을 감지하는 사람도 있다. 적절한 훈련을 받는다면 우리 모두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
수심2500피트 아래, 전기가오리는 자기 몸 안에서 전기 자극을 일으켜 먹이에 치명적인 전기 충격을 가하거나,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적응했다. 과한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세포도 전하를 띄고 있다. 본 교의 전통 명상법 툼모를 수련한 티베트의 불교 승려들은 몸속 세포의 전하를 이용해 살벌하게 추운 겨울 동안에도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우리 몸 세포의 전하 출력을 조절하면 열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여러 만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영국의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도 있다.
수심1만피트 아래 향유고래가 있다. 이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인간의 그 어떤 언어보다 복잡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