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하는가?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는 파란 눈의 스님 앤디 퍼디컴이 인생의 모든 해답이 나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걸아는 이들, 즉 명상법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집필한 책이다. 10개 나라에서 출간된 이 책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에는 빌 게이츠와 엠마 왓슨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의 답, 오직 나만의 길을 직시하고 싶어 했고 명상이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데, 저자 자신이 승려가 되고 명상을 수련하며 겪은 시행착오로 터득한 가장 쉽고 정확하게 명상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이 책은 10가지 명상법을 소개하는데 저자 특유의 재치와 웃음을 일으키는 스토리 전개로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주제의 단점을 극복했다. 현재는 스님이 아닌, 일반인으로 명상앱을 개발해 활발한 구루(guru)로 활동 중인 저자는 책을 통해 독자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때를 기억하는가?’라고.
그 질문의 이면에는 우리 대부분이 하루 중 단 10분도 생각을 멈춘 적 없는 일종의 생각 중독 상태임을 자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무의식이라고 생각한 순간조차 생각을 멈춘 적 없는,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는 결코 오직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없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지적한 것이다. 소란스런 시간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진지하게 인생의 결정을 내리는 데 명상이 도움이 된다. 평소 명상의 필요성을 인지한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나다운 답들이 쌓여 있는 곳, 그 유일한 공간을 찾아서
“자정이 훨씬 지나 있었다. 담장에 올라앉은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과 키 큰 소나무들 덕분에 들킬 염려는 없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뒤쫓아 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오게 되었을까?”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저자의 글에서 그가 얼마나 유쾌한 사람인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우연한 기회에 명상을 한 번 접해보고는 대학생 시절 무작정 명상을 배우러 티벳으로 떠난 별종이었을 뿐이다. 저자는 서두에 자신이 명상을 배우러 들어간 절에서 도망치는 순간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이유가 ‘명상은 정말 어렵다!’는 가정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였음을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사실 명상을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삶을 지금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어떤 의도에서 시작했든 명상은 정말 어렵다. 명상이 어려운 이유는 몸은 쉬어도 정신은 쉬는 법을 배운 적 없기 때문이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도 눈으로는 무언가를 응시해도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어떤 일이나 상상, 몇 분 혹은 몇 시간 후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한다. 하다못해 ‘주말에 비가 올까?’ ‘날이 좀 풀릴까?’ ‘저 건물은 언제 준공이 되려나?’ 같은 생각들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홍수에 빠져 있는 생활이 익숙해지면 정말 중요한 가치, 즉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가 내린 결정들의 옳고 그름’ ‘나다운 삶이 뭔지’ 등을 결코 알아채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과 나의 인생 가치들은 눈이나 머리가 아니라 가슴 저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내가 그걸 알아주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마음의 평온을 찾는 법이나 밤에 숙면을 취하는 법,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법, 덜 걱정하고 덜 슬퍼하며 덜 분노하는 법을 배우려는 의지, 욕망을 자제하고 중독에서 벗어나고 무엇보다 이런저런 일이나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다스리는 법이 명상이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명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를 찾아주는 삶의 기술, 명상 그리고 호흡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길이었던 방법이 나 자신에게는 맞지 않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려야 하는 결정이 때론 나에게 유익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내려진 결정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즐겁거나 행복한 느낌은 쉽게 들지 않는다.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목표와 바람이 때론 깊은 나 자신의 내면의 욕구와 일치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여타의 자기계발서가 이구동성으로 ‘나 자신다운 것’ ‘오직 나다움’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명상 분야에서는 그 길의 시작을 ‘호흡’으로 정의한다. 명상이라는 게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명상은 호흡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는 동안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게 호흡이지만 실제 생각을 멈추는 데 호흡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 기법 중에는 신체의 특정 부위 집중하기, 걷기, 먹기 등 다양한 행위와 호환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로 호흡을 다룬다.
어느 날, 우주의 모든 신이 모여 어떻게 하면 인간들이 더 이상 지혜로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도 뾰족한 해법은 없는 듯 보였다. 바로 그때 누군가 이렇게 외쳤다.
“세상의 진리를 인간의 마음속에 숨깁시다! 설마 지들이 거기까지야 살펴보겠소!”
그때서야 신들은 모두가 안심하며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우리 내면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우화다. 호흡은 숨을 쉬고 들이 마시며 가슴 저 밑바닥에 들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술이다. 올바른 호흡으로 우리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