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처음 만난 것은 1994년에 어느 선배가 1, 2권을 선물해 주었을 때 였다. 그때는 그 선배가 왜 이런 책을 선물해 준지도 잘 몰랐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책도 아니고 승진시험에 도움이 되는 책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읽어보라고 주신 책이니 1권을 읽는 둥 마는 둥 읽고는 책꽃이에 방치해 놨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 읽어보니 그동안 여행, 등산 다니면서 직접 가본 곳에 대한 내용이 나올때는 한번 더 읽게 되고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상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홍준의 전문적 식견과 역사 지식, 글 솜씨 등에 감탄이 저절로 생기면서 그 이후 시리즈를 한권 한권 사서 보다보니 책꽃이가 가득찬 기분에 나의 역사 상식도 늘어만 갔다. 특히 서울편과 고궁편은 책을 읽고 서울시내 투어도 한번 더하게 되고, 궁궐도 다시 찾게 되고, 갔다와서는 책을 펼치게 되는 묘한 마력도 있었다.
이번 8권 남한강편은 나의 고향과도 가까이 있고 어렸울 때 무심코 지나가던 곳을 역사적 배경과 옛날 이야기를 곁들여 설명을 해 주니 더욱 애착이 갔다.
서양의 한 큐레이터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물으니, 그의 대답중에 "정자"를 꼽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딜가나 명승고적에는 정자가 꼭 있다. 한국의 산천은 부드러운 곡선의 산자락이나 유유히 흘러가는 강변 한쪽에 정자가 하나 있음으로 해서 문화적 가치가 살아난다며 이처럼 자연과 친숙하게 어울리는 문화적 경관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한국의 표정이라고 했다. 정자는 누마루가 있는 열린 공간으로 2층이면 누각, 단층이면 정자라 불렸다고 한다.
영월 주천이 술주자 샘천자로 쓰이는데, 그 유래를 들으니 재미있다. 주천의 유래는 뒷산인 망산 기슭의 바위샘 돌구유에서 술이 나왔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술샘은 어느 때부터인가 술이 나오지 않게 되었는데 전하기로는 양반이 뜨면 술이 나오고 상놈이 뜨면 물이 나온다고 하여 어느 상놈이 부숴버렸다고도 하고, 이를 마시고자 각지에서 현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고을 아전들이 이 돌구유를 현청으로 옮기려 하였는데 갑자기 벼락이 떨어져 세 동강이나 그중 한 조각이 주천강가로 굴러 떨어졌다고도 한다.
영월 청령포 단종이 유배 살던 집 가까이에는 준수한 관음송이 있다고 한다. 수령이 600년, 키 3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키를 자랑한다. 관음송이라고 해서 불교의 관세음보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생각했다. 전하기로는 단종이 유배 온 것을 보고 오열하는 소리를 들은 소나무라고 해서 볼관자 소리음자 관음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제천 단양에는 청풍이라는 곳이 있다. 청풍 김씨는 신라 김알지의 후예인 김대유가 고려말에 문하시중을 지내고 청풍부원군에 봉해진 뒤 청풍에 세거하면서 집안의 시조가 되었다. 그 자손들이 대대로 번성하여 조선왕조에 들어와서도 정승 8명, 대제학 3명, 왕비 2명을 배출한 명문가이다. 왕비는 현종의 비인 명성왕후, 정조의 비 효의왕후 등이 있다.
영춘향교 바로 곁에는 옛 영춘 관아의 문루인 사의루가 있다. 사의루는 정조 11년 현감 유시경이 중수하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며 네가지 마땅함을 갖춘 누각이라는 뜻이다. 네가지란 산, 물, 바람, 인심이라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 유배되어 처음 4년간 기거했다는 주막을 사의재라 한 바 있다. 다산이 말한 사의란 맑은 생각, 단정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말한다.
죽령은 소백산 산자락을 비집고 넘어가는 높은 고개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죽령 고갯길은 신라 아달라 이사금 5년에 열렸다고 한다. 아달라왕 5년에 죽죽이가 죽령길을 개척하고 순사하여 죽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홍준의 친구이자 정치인인 유인태는 제천이 고향인데, 그의 제천의 특징을 말하면서 제천의 면 이름은 잘 지었다고 한다. 다른 시군에는 군내면, 군북면, 군남면, 산내면, 산외면, 산북면, 동면, 서면, 남면과 같이 방향만을 나타내는데, 제천은 봉양, 청풍, 한수, 백운, 송학, 덕산, 금성 등과 같이 멋있고 서정성이 있다고 한다.
충청도를 '호서'라고 하는 것은 의림지의 서쪽이라는 뜻이고, 전라도는 벽골제 남쪽이라 호남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지명을 역사적 사실과 유래를 알수 있어 상식이 풍부해 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