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처음 받았던 책 선물은 저자인 김수연 박사의 아기발달 백과라는 책이었다. 아기를 처음 키우는 초보 부모인 나에게 아기의 발달 특성에 따른 육아방법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준 고마운 책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기를 보면서 보람과 행복도 느끼지만 식사시간에 식판을 뒤엎거나 틈만나면 현관과 화장실을 향해 돌진하는 아기를 보며 이젠 하루에도 몇번씩 멘탈이 나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김수연 박사의 감정조절 훈육법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더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
과거에는 아이의 IQ, 즉 지능지수 발달을 지향하는 양육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보다는 EQ, 즉 감정과 느낌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EQ가 뛰어난 아이들은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다고 여겨졌다. 그 이후에는 IQ나 EQ보단 SQ, 즉 사회성지수로서 사회생활 속에서 얼마나 잘 어울릴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할까? 육아 전문가들에 의하면 AQ, 즉 역경지수로써 역경에 굴하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AQ를 발달시키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능력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기질과 연령에 따른 적절한 감정조절 훈육법을 통해 가능하다.
이 책은 월령별로 아이의 운동발달, 인지발달, 행동발달 특성이 간략히 소개 되어 있고 아이의 스트레스반응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또한 훈육목적과 주의사항도 소개 되어 있다.
무엇보다 훈육의 본질과 목적에 대해서 새삼 강조하고 있는데, 훈육은 아이의 문제행동을 수정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이의 감정조절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속상한 감정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이때 아이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려줄 기회를 주는 것이 훈육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아이를 훈육해야 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게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잘 어울리며 책임감이 강한 성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임을 강조한다.
또한 육아는 회사일과 달리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일처리 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중심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과제 중심적인 양육은 아이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면 당황하게 되고 일관된 훈육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관계 중심적인 양육은 서로가 즐겁고 편안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그때그때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찾아가게 되며, 아이에게 짜증내거나 다그칠 일도 그만큼 줄어든다. 육아와 가사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역설적으로 행복한 양육의 지름길인 셈이다.
부모나 양육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는 아이 탓이나 배우자의 탓으로 잘못 표출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부모에게 서운함과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자식에게 결핌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과잉보호와 강한 애정표현을한다고 한다. 이때 아이에 대한 과잉보호와 과잉간섭으로 자기 뜻대로 아이가 행동해주지 않을때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고 분노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부모로 인한 상처를 이해하고 내 상처가 아이에게 되풀이 되지 않도록 부모의 심리변화와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자녀와의 관계 뿐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나 애착이 양육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훈육의 기술이나 사례들은 월령별로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감정읽어주기, 거리두기, 관심 돌리기, 눈 맞추고 메시지 전하기, 단호하게 말하기, 무반응요법,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보상하기, 사과하기, 상황설명하기, 신체 구속하기, 안 된다는 매시지 전달하기, 양육자의 입장 알려주기, 일상으로 돌아오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칭찬하기' 물론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질성 또한 알아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한 방법이 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또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면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모든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