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회사에서도 90년생을 힘들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80년생인 나는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많은 공감을 하면서도 그들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90년대생의 꿈이 공무원이 된 지 오래다. 최종 합격률이 2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 공무원 시험에 취준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요즘은 대학에 입학을 하자마자 공무원시험부터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물론 나도 대학에서 취업준비를 위하여 토익, 자격증을 공부하긴 했다. 그러나 낭만이 있는 대학 캠퍼스생활 대신 전공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변하는 세상에서 꼰대로 남는 지름길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시험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세대적 특징이다.
아직까지 사회의 큰 틀에서 굵직하고 핵심적인 포지션에는 대부분 70년대 그 이사으이 사람들이 위치해 있다. 그러나 90년대 생은 회사에서는 신입 사원으로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되었다. 문제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그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90년대생은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며, 회사와 제품에는 솔직함을 요구하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든 소비자로서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꼰대질을 하는 기성세대나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외면한다.
10년 전만해도 신문, 잡지 등 인쇄물들을 읽었다면, 인터넷 사용과 함께 인쇄된 출판물을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책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e-book도 잘 나와 있지만 아직 나에게는 인쇄된 책이 좋다. 90년대생은 이미 인터넷에 능숙하고 20대부터 모바일 라이프를 즐겨온 ‘앱 네이티브’다.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그들은 웹툰이나 온라인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생겨나는 신조어나 유머 소재들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대학의 게시판은 물론이고 기업의 채용 공고나 제품, 서비스의 광고에도 새로운 세대의 유행어나 유머 소재들이 쓰인다.
그러나 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여부는 소재 자체보다도 그 안에 담긴 이 세대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했는지에 달렸다. 저자에 따르면 종이보다 모바일 화면이 더 익숙한 90년대생은 온라인 게시물이 조금만 길어도 읽기를 거부하고, 그나마도 충분히 궁금증이 일지 않으면 제목과 댓글만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넘겨버린다. 또한 이들은 기승전결의 완결성을 가진 서사보다 맥락이 없고, 표현도 거칠고 어설픈 B급 감성에 열광한다.
이들은 나아가 기업에 솔직함을 요구하기도 한다. 구직자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투명한 정보를 요구하며, 재미있고 솔직한 콘셉트의 광고에 열광하기도 한다. 저자가 새로운 세대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한 형식적인 콘텐츠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 이유다.
90년생들은 충성심이 없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실수는 인정 안 하고 자기 것만 챙긴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그들은 충성의 대상이 꼭 회사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많은 90년대생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고, 일터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고 하며, 참여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려 한다. 그들은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헌신의 대상을 회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로 삼는다. 안정을 추구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한편 창업의 길을 꿈꾸기도 하며 언제든 이직과 퇴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해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기 마련이고, 자신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선택에 훈수를 두거나 참견을 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의 경험이 더 이상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80년대생 이전의 세대가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생은 이제 무엇보다 ‘삶의 유희’를 추구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 혹은 386세대나 88만 원 세대 등의 용어를 지양하고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해 책을 서술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아가 90년대생뿐 아니라 이제는 2000년대 출생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90년대생 또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곧 기성세대가 될 것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모두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