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음으로 다가오는 좋은 시를 엮어 만든 시집입니다.
시가 짧아서 휘리릭 읽는 다면 금방 읽기도 하고,
시구를 보며 과거를 추억하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나의 마음은, 경험이 달라질 때마다 바뀌고, 그래서인지 같은 시를 읽어도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시집을 읽었을 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시구가 다음에 읽었을 때에는 다른 의미와 다른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책 속에 있는 여러 시구절들이 어떨 때는 확신을 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위로를 하기도 합니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 허수경
그 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 문정희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차오른 별빛 같은 것
하루를 위한 잠언 - 막스 에르만
세상의 소음과 서두름 속에서도 평온하게,
침묵에 깃든 평화를 기억하며 걸어가십시오.
스스로 비겁해지지 않는 선에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십시오.
당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만을 낮고 분명하게 말하십시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지루하고 예의없는 사람조차도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과장되고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은 조심하십시오.
그들은 우리의 영혼에 작은 상처를 남깁니다.
만일 자신을 다른사람과 비교한다면
당신은 초라해지고 가치 없게 여겨질 겁니다.
으느 곳에나 당신보다 낫거나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이 계획한 일에 열정을 다하되
그 끝보다 만들어지는 여정을 즐기십시오.
당신의 겸손과 선함이 유지되도록 마음을 보살피십시오.
그것은 사상의 모든 것들이 변하는 진리속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보물입니다.
당신이 하는 일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세상은 호시탐탐 속임수로 가득하고
그것이 당신의 귀한 미덕을 잃어버리게 할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돋보이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당신 자신이 되십시오.
중요한 것은, 사랑에 너무 집착하지도 너무 냉소하지도 마십시오.
푸른 풀잎처럼 사랑은 무미건조하고 덧없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입니다.
노인의 충고를 친절하게 받아들이고
젊은이의 어설픈 말에도 기품 있게 대하십시오.
갑작스러운 불행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을 키우십시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어두운 상상력으로 자신을 괴롭히지는 마십시오.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에서 나옵니다.
몸을 단련하되,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과 친하게 지내십시오.
당신은 우주의 자식입니다.
하나의 나무나 하나의 별과 같습니다.
당신은 여기 있어야 할 존재입니다.
이를 당신이 알든지 모르든지
의심의 여지없이 우주의 시간들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하든
거기에 신의 평화를 깃들게 할 것입니다.
수고와 열망과, 시끄러운 삶의 혼란 속에서도
당신의 영혼에 평화게 흐르게 하십시오.
부끄럽고 힘들고 깨어진 꿈들 속에서도
세상은 아직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부디, 즐겁게 사십시오.
행복하려고 노력하십시오.
사람의 일 - 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