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이란 면역계가 자신의 뇌와 체내기관, 조직을 공격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환경적 독소에 노출될 때마다 그 독소를 '항원'으로 분류하고 그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계가 가동된다. 면역반응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때나 일어나지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면역반응을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몸은 소리 없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최초 면역반응이 충분히 강하지 못할 경우 면역계는 항원을 처리하는데 더욱 강력한 무기인 항체를 형성하는데,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뇌나 체내 조직이 손상을 입어 더이상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그 결과는 대개 근육통, 뇌안개 같은 경미한 증상으로 나타나며 향원반응이 계속되고 조직에 자꾸 손상을 가하면 결국 해당 조직과 관련된 질환으로 발전한다. 어떤 조직이든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병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 체내에는 4가지 면역계가 있다. 각각은 별개로 작동하지만 같은 메뉴얼에 따르면서 서로 소통한다. 가장 큰 면역계는 소화관 즉 장으로 전체 면역력의 70~85%를 좌우한다. 또 다른 면역계는 간의 쿠퍼세포이고, 세번째 면역계는 혈액에 들어있는 백혈구 세포이다. 마지막으로 체내의 가장 강한 면역계는 뇌안에 있는 교세포이다. 교세포는 뇌안으로 들어가는 물질을 여과하는 혈액뇌장벽 바로 안쪽에서 고성능 라이플총을 들고 어떤 외부물질도 침투하지 못하게 감시한다. 4가지 면역계는 적어도 두 종류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세포성/선천성 면역계와 체액성/적응성 면역계다. 세포성 면역계는 모든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아주 오래된 면역계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생화학 총탄을 발사하고 염증을 형성하는 보호용 권총 역할을 한다. 반면 체액성 면역계는 백업용 지원 시스템으로 더 강한 염증을 만들 필요가 있을 때 소환되는 대포에 해당된다.
염증 자체는 우리 몸에 해롭지 않다. 염증 과도해서 통제를 벗어날 때 해로운 것이다. 염증 과다의 증상은 보통 처음에는 약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강해진다. 자가면역질환에 오진이 많은 것은 초기 증상이 워낙 경미하기 때문이다. 뇌안의 염증이 통제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 미묘한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이를 나이 탓으로 돌린다.
혈액의 성분은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피부와 눈, 귀를 통해 흡수하는 것 그리고 섭취한 음식에 의해 결정된다.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물질들은 우선 소화관을 통과하며 소화, 흡수되고 그 결과 생명을 유지하는 유익한 영양분이 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가 몸 전체를 순환한다. 이 과정에서 소화계는 불완전하게 소화된 음식은 물론 독소와 자극들이 혈액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데 1차 방어벽 역할을 하는것이 바로 소장 상피이다. 이것이 일종의 거름망 기능을 하여 아주 작은 분자만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
뇌안에도 이와 유사한 자체 보호 거름망이 있다. 혈액뇌장벽이라는 이 방어벽의 주된 역랄은 큰 분자들이 혈액을 통해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뇌의 거름망은 소장의 거름망의 비하여 훨씬 미세하다. 그런데 장 내벽이 찢어지면 창자가 새어나올 수도 있듯이 뇌의 거름망이 찢어지면 즉 혈액뇌장벽 손상이 발생하면 뇌가 새어 나올수가 있다. 외상에 의해서든 또는 밀, 설탕, 유제품 따위의 식품에 의해서든 아니면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든 혈액뇌장벽이 손상되면 이후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뇌세포의 손상을 가져오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양한 뇌질환을 유발한다. 기억력 감퇴, 우울증, 알츠하이머 등 자가면역반응에 의한 뇌질환의 사례는 다양하다
자가면역 증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뇌와 장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뇌를 자신의 관할 경찰서에 모든 명령을 내리는 경찰서장이라고 한다면 장내 미생물균은 경찰 관할 도시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이 경찰청장에게 어떤 일에 주력할지를 알려주고 모든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해야 할일을 설명한다. 시청의 모든 부서에서 이런일이 벌어진다. 시장이 항상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뇌에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1개의 메세지가 내려올 때마다 장에서 뇌로는 9개의 메세지가 올라온다. 뇌와 장의 작용은 양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메세지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뇌의 반응, 뇌 호르몬 생성, 뇌의 명역계 활성화,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과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건망증을 비롯한 각종 뇌질환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성인병 등도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자가면역 질환의 주된 원인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우리 주변의 환경적 요소, 생활습관이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서구의학의 대증요법에서 벗어나서 폭포에 빠진 현대인에게 사다리를 던져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우선 먹는 것부터 조절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