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모든걸 바꿔버린 2020년, 여행이라고 하는것은 어느새 까마득히 먼 추억같은 얘기가 되어버린 현재, 그 갈증을 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늘어가고만 있고, 심지어는 어디든 비행기만 타고 한바퀴 도는 여행상품까지 출시되고 있는 예전같으면 상상하기도 힘든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꿈같은, 아니 악몽같은 상황이다.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코로나19가 종식이 되게 되면 내년에는 보복소비라고 불리는 다소 무시무시한 "보복"과 자본주의의 총체인 "소비"가 합쳐진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무책임하게 주식시장을 상승케 하는 지금 유시민 작가의 유럽 조시 기행 1을 읽어보았다.
유시민 작가답게 단순한 기행문이라기 보다는 도시의 그 자체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시간과 배경에 담겨있는 작고 희미한 이야기까지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 도시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디테일한 자료조사를 한 것은 물론이고 화려한 글솜씨로 자신의 감흥까지 더하였다. 아테네에서 시작해 로마와 이스탄불을 거쳐 파리까지로 이어지는 첫번째 여행에 대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와 파리를 가본 경험이 있어 내가 느꼈던 감흥과 유시민 작가의 그것은 얼마나 같으며, 다른지 궁금하였기에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다. 여행에 대한 갈증해소의 목적도 분명이 있었으리.
유시민 작가는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데 있어 그 도시가 품고 있는 스토리를 듣고 거기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배움으로부터 본인 자신과 인간, 우리의 삶에 대한 여러 감정을 맛볼 수 있고 그게 여행을 하게 되는 동기이자 즐거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건축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등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텍스트'이고 모든 '텍스트'는 해석이 필요하며 그 해석을 위해서는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라고 정의하며, 도시가 가지고 있는 건축무로가 공간은 모두 그것을 만든 사람이 존재하며,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감정, 욕망, 그리고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것을 보러간 우리같은 관광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뿐 자세하게, 친절하게 얘기해주진 않으며, 그것을 알기위해서는 유시민 작가와 같이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여행으로부터 뭔가를 얻고 싶다면 사전적으로 얼마나 공부를 하고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 일련의 준비과정들이 어떻게 보면 여행의 묘미이며, 향신료, 조미료와 같이 여행의 풍미를 더해줄 수 있는 것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라는 4개국의 주요 도시(수도)의 문화, 음식 등 가벼운 이야기부터 그 나라의 역사, 도시의 단상을 들려주고 있는데, 아테네는 남부러울 것 없었던 어제의 미소년이 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끝에 주름진 얼굴을 가진 철학자로 작가는 묘사하고 있으며, 로마는 전성기를 다보내고 은퇴한 사업가에 비유하고 있다. 두 도시 모두 과거의 영광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현재의 그 모습은 그 과거의 흔적만 남아있는 모습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특히 가보 ㄴ경험이 있는 로마는 찬란한 역사가 꽃피었던 도시였던 만큼 많은 건축물들은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품고있으며, 흥미로운 역사가 도시 전체를 화려하게 감싸고 있어 흥미로웠다. 공사를 위해 땅을 파기만 하면 유물이 나와 그 공사기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는 로마는 꼭 다시한번 방문하리라.
비잔틴 제국에서부터 현재까지 2,0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품고 있는 이스탄불은 가보진 않았지만 언젠가 한번은 꼭 여행을 가보고 싶은 곳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혼재되어 있는 도시의 색깔이 궁금하였고, 유시민 작가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고 있는 이스탄불을 현재의 터키공화국이 품기에는 역부족이란 얘기를 전하고있다. 여성들이 특히 더 흠모하는 도시, 파리는 앞서 세 도시와 달리 역사의 공간과 시민의 생활 공간이 분명하게 나뉘어있지 않다고 얘기하며, 오래된 건축물들이 모두 살아 숨쉬고 있으며, 시민들의 일상과 동떨어져 관광객의 볼거리로만 쓰이는 공간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얘기하고 있다. 오히려 앞의 세도시보다 역사가 짧아 그런 점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