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읽게 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 돈황과 하서주랑"은 중국 서안에서 시작하여 돈황(서안-천수-난주-무위-강욕관-돈황)에 이르는 과거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중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게 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내가 평소에 가진 중국 및 중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배경지식이 적었고, 이 책은 읽었다고 하여 그 문화유산에 대한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본 책의 저자가 이러한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점 - 내가 느꼈던 점 위주로 - 이 내게는 더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큰 범주 중 하나는 중국문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세가지를 이야기한다. 이는 중국 답사가 여러 면에서 여타 나라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중국의 문화유산을 볼 때에는 항시 그 때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과 이에 연관된 우리의 유물 및 유적이 오버랩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 문화의 특질이 더욱 드러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의 마음 한 쪽에 은연중 자리잡고 있는 중국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아래의 세가지 이야기를 서두에 강조한 것이라 생각한다.
첫번째, 문화의 영향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천여년간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왔지만, 발달된 문명을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슬기로운 선택이므로, 높은 문화를 영위한 중국을 존경하고 거기에 신세 진 것을 고마워는 할지언정 열등감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에 의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일본과는 달리 중국의 영영향에 거의 짓눌릴 정도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켜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자연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문화의 역량으로 생각하여 일어나는 불필요한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스케일의 문제인데, 중국의 문화유산은 장대하다는 점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주눅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스케일이란 그때 그때의 필요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지 크다고 해서 위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금성에 가 보니 경복궁을 뒷간만 하다"라고 말하는 자조 섞인 고백을 이야기하며, 문화를 그렇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만리장성은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그렇게 쌓은 것이지 장대함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며, 우리의 한양도성은 외적을 막기 위한 성채가 아니라 수도의 품위를 보이기 위한 도시의 울타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상기 큰 범주의 두번째는 문화적 열등감에 더한 우리나라에는 왜 중국만한 문화재가 없는가 라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이 책 중간에서 저자는 "맥적산석굴을 보앗으면 중국엔 참으로 위대한 석굴문화가 있었구나 하고 감동하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지 왜 우리나라엔 이런 전통이 없냐고 기가 죽어야 합니까? 이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신감 내지는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문화란 그 나라의 자연환경에 맞추어 구현되는 법이며, 우리는 남의 문화를 볼 때 그 자체의 생성과정과 발전과정을 보면서 세계사적 견문을 넓혀야지 그것이 우리나라에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꼭 민족적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생각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지만, 공연히 민족적 자괴심을 갖는 것은 진실로 부질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는 어떤 나라든 문화유산에 답사시, 그리고 여행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이지만, 어떻게 보면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어느 나라의 문화유산을 보러 가더라도, 모름지기 그 나라 역사의 흐름 정도는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특정 문화유산을 보고 "대단하다" 정도만의 느낌을 받는 것보다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대단하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없는지, 그리고 그 대단한 문화유산이 만들어진 시대적 문화적 배경 등을 미리 알고 접하게 된다면 나의 지식으로 소화하고 동화시키는데 한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제, 다음으로 읽게 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도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