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시절, '윤리와 사상'이라는 사회탐구 교과목을 통해 철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저 명언집을 통해서만 접하여 낯설기만 했던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굉장히 흥미롭게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삶이 복잡하고 당장 먹고살기 급급할 때에는 이런 철학이 다 무슨 소용이냐 싶어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긴 요즘,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며 좀 더 교양있는 사람이 되보고자 철학을 공부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철학자는 하이데거이다. 하이데거는 '세계-내-존재'에 대해 얘기하였다. 인간은 현재의 상황(세계) 안에(내) 있는 존재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구속되어있는 존재이며, 그 운명에 아무도 거스르지 못하고 그 끝은 결국 '죽음'이라 말하였다. 이를 지나가며 본다면 마치 '운명론' 혹은 끝은 죽음일 뿐이라는 허무한 인간의 삶을 얘기하는 듯 보이지만, 하이데거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는 죽음이라는 도착점을 인지한다면 인생을 보다 충실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내가 나의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심히 살자.'와 상통하는 의미라 생각되어 하이데거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철학'은 약간은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며 철학자의 제자, 그리고 그 제자의 제자가 스승 혹은 타인의 사상을 비판하고 계승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만의 사상을 만듦으로써 구체화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비로소 철학은 가장 이성적이고 구체적인 그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인으로 책속의 각종 예시가 일본만화 혹은 드라마였기에 예시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더욱 똑똑하고 뜻이 있는 철학자들이 많다고 생각하므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글쓴이가 한국인인 '만화처럼 술술 읽히는 철학'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