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본 도서에서 두려움이 어떻게 분노와 혐오, 배제 및 시기심으로 연결되는지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번역본의 제목은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선정되었으나, 원제는 두려움의 군주제 : 우리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The Monarchy of Fear : A Philosopher Looks at Our Political Crisis)이며, 책 전체에서 일관되게 분석하는 것은 두려움이다. 현대인은 다양한 이유에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사회경제적 지위를 잃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계급과 계층의 갈등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 등에 대한 두려움,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에 따른 두려움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인간은 연약하게 태어나므로 타인이 자신을 돌봐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에 두려움은 태어나면서 부터 우리에게 부여된 것으로 볼 수있으며, 이런 사유 등으로 사회가, 인간 개개인이 두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두려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 두려움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증오, 혐오, 분노, 시기심 등의 감정이 우리 사회에 문제를 일으킨다. 두려움이 소수의 집단, 예를 들어 동성애자, 여성, 무슬림 등으로 투자되어 나타나는 반응이 혐오와 분노, 보복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자 및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두려움을 정의하고, 두려움의 영향을 받을 때 특히 위험해지는 세 가지 감정인 분노, 혐오, 시기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으며, 이 세 가지 감정이 민주주의 정치에 끼치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두려움은 곧 닥칠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일에 대한 괴로움과 이를 물리칠 힘이 없다는 무력감이다. 그리고 두려움은 원시적일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 감정이며, 사실은 지독한 자기애적 감정이다.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세 가지 감정중 첫 번째는 분노이다. 인간은 타고난 취약성 때문에 자신이 곤란해지지 않으면 절대 분노하지 않으므로 분노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또한 두려움에 기인한 상대적 지위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분노하게 되며, 두려움은 보복에 집착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두 번째 감정은 혐오이다. 두려움은 원초적 혐오의 핵심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도망가게 한다. 원초적 혐오(위험한 것, 비위생적인 것에 대한 혐오 등)는 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투사적 혐오를 조작해 평등과 상호존중을 위협하는 효과도 있으며, 다양한 혐오로 넓게 가지를 친다. 투자적 혐오가 소규모 집단(인종, 성적 지향성, 성별)으로 확장될 때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세 번째 감정은 시기이다. 시기심은 타인이 가진 것에 주목하고 자신의 상황은 그보다 못하다고 비교하면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예를 들어 능력있는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해 과거에 비해 안정적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미국 백인남성들은 두려움(일자리를 구하지 못함)에 기인한 시기심으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감정을 활용하여 트럼프는 미국 러스트벨트 백인 남성의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현재의 미국은 두려움에 기인한 분노, 혐오, 시기로 분열되고 갈라져 있다. 우리나라도 세대, 빈부, 남녀, 지역 등에 따라 분열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분열을 활용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에 의해 갈등과 혐오는 조장되고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트럼프를 대표적인 인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킹 목사와 넬슨 만델라를 인용하면서 완벽한 세상이 아니라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의 가능성을 믿으라고 이야기 한다. 이상주의는 절망의 전조이므로 희망과 믿음을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 희망을 가지고 작은 것을 실천하면서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책의 마지막 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가간다”이다. 나의 고통은 결코 타인의 탓이 아니며,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나아갈 때 세상은 조금씩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중 인상 깊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이야기로 후기를 끝내고자 한다. "누구도 태어나면서부터 피부색, 배경,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증오는 배우는 것이고 증오를 배웠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습니다. 증오보다 사랑이 인간의 심장에 더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