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영원 불멸한 존재
1. 책을 선택한 이유 및 요약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택한 이유는 나의 과학지식이 너무 없어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하는데 어떤 책이 좋겠는지 회사 후배한테 조언을 구했더니, 후배가 바로 이 책을 권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초반부는 초심자가 술술 읽어 내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즉,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가 지속된다. 다윈의 진화론, 인간의 존재, 동물의 이타주의 혹은 이기주의 행동, 생명의 기원, 자기복제, DNA 등 알 듯 말 듯한 명사들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이후 저자는 여러 예를 들어가면서 유전자를 의인화 하여 유전자가 학습하기 하고, 확률게임을 하기도 하며 결국 생존을 이뤄낸다는 설명을 계속한다.
책의 중반부에 들어서는 여러 동물의 예뿐만 아니라, 인간의 예도 등장하고 이 때 이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혈연관계, 짝짓기, 가족계획, 부모자식 관계, 편애를 관통하는 원리는 바로 개체의 생존, 더 나아가 유전자의 생존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제시된 동물의 예들은 매우 재미있었다. 동물의 암수의 선택, 특히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수컷이 암컷에 선택되기 위하여 여러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예시에서 인간의 경우는 그 반대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한편으로는 새로웠으나, 또 한편으로는 그 이유가 제시되지 않아 아쉬웠다. 나는 아마도, 최근 백년 동안에는 세계 1차대전, 2차대전 뿐 아니라 여러 큰 전쟁들이 있어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적었던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에, 여성이 남자들에게 간택되기 위하여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았나 추정해 본다. 이 역시, 생존이 목적인 셈이다.
책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저자가 밈이라고 표현한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문화적 진화, 생태계에서의 공생관계 및 타협을 통한 생존노력이 설명되고 맨 마지막에서는 저자가 하고 싶은 내용이 비로소 등장한다. 유전자는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어떤 개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즉, 우주에서 언제 어디서든 존재하는 것은 유전자라는 것.
처음에 이 책을 읽기 힘들었던 것은 나의 부족한 과학지식 때문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후 계속 읽으면서 확신을 갖게 되었던 것이 바로 번역 문체의 부자연스러움이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영어를 직역한 한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번역을 잘 하는 사람이 과학을 모르면 번역을 잘 못할 수 있으니, 전공자가 번역을 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은 이해가 되나 어쨌든 잘 안 읽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맨 마지막 장의 영어 제목, "The long reach of the gene"을 유전자의 긴 팔로 번역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 The long reach of the gene은 저자가 후반부에 계속 강조했던, 그리고 이 책 대신 저자의 다른 저서를 읽으라고 했던 그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인 것 같다. 굳이 내가 번역하자면, 유전자의 a생명 연장(의 꿈을 위한 진화).
2. 이 책을 읽고 현업에 적용하거나 개선할 점을 쓰시오
희한하게도 이 생물학 책인지 유전학책인지 잘 분간할 수 없는 과학서적의 내용을 현업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유전자도 생존하기 위해 각양의 모습을 나타내며 진화하는데, 유전자의 숙주인 나도 그렇게 해야 회사에서 살아 남지 않겠는가. 유전자도 살아 남기 위해 타협도 하고 공생도 하는데, 숙주인 내가 그렇지 않는다면, 유전자로부터 버림받지 않겠는가. 물론 여기서 "나"는 유전자가 될 수도 있겠으나, 왠지 내 뇌는 "나"를 숙주로 인식하라고 명령하는 거 같다. 그래야 내 유전자가 여차하면 나한테서 탈출할 수 있을테니까.
참고로, 이 어려운 유전자의 진화를 "DNA"란 노래로 부른 BTS는 진정 그들의 유전자와 혼연일체가 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걸 알아서 가사로 썼을까.
"내 혈관속 DNA가 말해 줘...우주가 생긴 그 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함께니까.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