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티무르제국, 북원 등의 몽골제국의 계승국가들로부터 러시아, 오스만제국 등 몽골제국에 막대한 영향을 받은 유라시아의 제국들까지 살피며 몽골제국이 중앙유라시아에 남긴 유산들을 총망라한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몽골과 러시아, 중국뿐만아니라 인도, 서아시아와 중동의 지역 강국들인 터키와 이란, 중앙아시아의 맹주인 카자흐스탄가 우즈베티스탄 등 수만은 유라시아 국가들이 몽골제국의 계승국가이거나 몽골제국의 유산 위에서 변화, 발전한 나라이며, 이런 의미에서 근대 유라시아는 몽골제국의 산물이자 유산이라고 말한다.
몽골제국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았다. 칭기스칸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후 몽골제국은 13세기 중반에 이르러 동으로는 태평양에서 서로는 지중해, 남으로는 인도양에서 북으로는 바렌츠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는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유라시아 대륙 곳곳에 힘을 과시했던 몽골제국은 1260년에 칭기스칸의 손자 쿠빌라이칸이 대칸의 자리에 오른 시점부터 중앙집권적 제국이 아닌 4대 울루스 병립체제를 이루었다. 몽골 초원과 중국, 티베트를 지배한 대원울루스, 아나톨리아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서아시아 일대를 지배한 일 칸국, 킵착 초원과 러시아 지역을 지배한 주치 울루스, 투르키스탄과 천산산맥 북방의 초원 지역을 지배한 차가다이 울루스가 몽골제국의 4대 울루스다.
몽골제국의 울루스들은 14세기 중반 전후 공통적으로 혼란기를 거치며 약화되거나 분열되었다. 하지만 15세기초에 소멸한 일 칸국의 계승세력을 제외하고는 17세기 말까지 유라시아 대륙 강지에서 강력한 군사, 정치적 세력을 유지했으며, 특히 16세기에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본서는 이와 같은 4대 울루스들을 중심으로 포스트 몽골시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14세기 중엽 내분과 전염병 등으로 인해 쇠약해진 대원 울루스는 1368년 수도 대도(현 북경)가 명나라에 함락된 이후 그 영역이 몽골초원으로 축소되었다. 원의 후예들은 오이라트 집단에 밀려 세력이 더욱 위축되었으나 쿠빌라이 칸의 후손인 다얀 칸과 그의 손자 알탄 칸의 치세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쿠빌라이 칸의 후예들은 만주인의 청제국에 병합당하는 17세기 말까지 몽골 초원에서 정권을 유지했다.
번영기를 누리던 일 칸국에서는 토가 테무르 칸이 암살된 후 여러 정권으로 분열되었다. 그렇지만 일 칸국의 영역에서 몽골인의 지배는 잘라이르 왕조를 통해 15세기 초까지 지속되었다. 일 칸국의 중심부였던 아제르바이잔과 이라크를 지배한 몽골계 잘리아르 왕조는 샤이후 우와이스의 치세에 전성기를 누리며 일 칸국의 옛 제후국가들에 종주권을 행사했다. 잘리이르 왕조는 차가다이 울루스의 티무르의 침공을 받아 쇠망할때까지 일 칸국의 옛 영역에서 맹주의 지위를 지켰다.
주치 울루스는 티무르의 침공으로 궤멸적인 타격을 입은 후에 여러 계승국가들로 분열되기 시작했고, 결국 주치 울루스의 우익은 울루오르다, 크림 칸국, 카잔 칸국, 아스트라한 칸국, 카시모프 칸국 등으로 나뉘었다. 이들 중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흑해 초원에서 코카서스산맥에 이르는 지역을 지배한 크림 칸국은 주치의 후손인 멩글리 기레이 칸과 그의 아들 메흐메트 기레이 칸의 통치기를 거치며 동유럽의 군사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크림 칸국은 주변 칸국을 정복했고, 이반 4세하에 러시아가 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등 러시아에도 공세를 취해나갔다. 1655년에 발발한 제2차 북방전쟁에도 폴란드의 동맹국으로 참전해 스웨덴군, 브란덴브르크-프로이센군, 헝가리군 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17세기 중반에도 동유럽에서 군사강국으로 군림했다.
차가다이 울루스는 14세기 초중반 케벡 칸의 치세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전성기 이후에 혼란기를 겪은 일 칸국과 주치 울루스처럼 차가다이 울루스도 14세기 중반 동서 울루스로 분열되었다. 동투르키스탄과 천산산맥 북방의 초원지역을 지배한 동차가다이 진영의 모굴 칸국은 16세기 들어와서는 카자흐 칸국과 우즈벡 칸국의 공세에 밀려 그 영역이 신장 지역으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이 차가다이 칸의 후예들은 17세기 말 오리라트인의 준가르제국에 정복될 때까지 동투르키스탄에서 정권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