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에 있어서도 "Art AS Therapy"의 입장이 있다. 미술치료에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치료적이라는 '치료보다 미술'에 중심을 둔 이론이다. 이러한 입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치료를 이루어내고, 미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세상에 입증한 Edith kramer할머니를 존경하는 나로서는 알랭드 보통이라는 유명한 작가의 이름보다 <Art As Therapy>라는 제목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살아오면서 미술이라는 것,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이 얼마나 내 삶에도 많은 영향력이 되어주었는지 생각해보면 그것은 엄청나다. Edith Kramer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거나 만드는 작업과정이 치료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림을, 예술작품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료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상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미술작품들을 보면서 알지못했던 내 안의 새로운 생각이나 감정들을 깨닫게 되거나 잊고 있었던 기억과 경험들을 소환해주어 때론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해지는가 하면 지독한 슬픔과 상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을 주어 남겨진 감정들을 예술을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치고 힘들었던 일상의 끝에서 마주한 예술작품들이나 작가들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은 나와 다르지 않은, 혹은 더 가혹하거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낸 작품들로 내 삶의 희망과 소망의 빛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예술을 통해 얻게 된 에너지와 힘은 나의 생명이 되어 다시 돌아가는 일상에서의 균형을 찾아주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기꺼이 도전해보며 살아갈 이유들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을 넘기자마자 알랭드 보통이 처음부터 써내려간 '예술의 일곱가지 기능'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이렇게 내 삶에서 만났던 예술이 나에게 준 것들과 포개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연과 마주하면서 얻게 되는 생명력과 에너지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술이 자연과 많이 닮아 있다라는 생각 또한 알랭드 보통은 책 중간즈음의 '자연'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보다 예술은 그 이상을 우리에게 선물해주고 있다고 설명하며 영국 미술가 해미시 폴턴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일시적으로 그냥 보고 그 때의 감정으로 지나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숭고함을 폴턴은 반복적인 산책을 기록해 나가는 방법으로 작업해 나감으로서 우리들에게 예술은 자연에 대한 훌륭한 관찰 기록이며 작품을 통해 자연의 정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격려해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자연을 보고 사랑하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지 코로와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를 보여주며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쳅터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미술치료에서도 "정성을 들여" 만든 내담자의 작품은 단지 자신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정화, 곧 카타르시스를 넘어 삶에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되는 "승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그처럼 "사랑"이라는 쳅터안에 "세부에 주목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소제목아래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이 지점과 맞닿아 있음이 느껴졌다. '사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귀한 통찰을 주는 이유는 바로 사랑에 대한 본질까지도 담아내고 있어서란 의미에서 그러하다. 판 데르 휘스의 작품 <목동들의 경배 >를 보여주며 '심혈을 기울인' 그림이 우리에게 순간적인 모습이 아닌, 얼마나 '진정성'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게 되는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그 세밀한 형태와 꽃들의 색과 빛, 그림자에 대한 화가의 정성들여진 표현들은 보는 우리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갈망마저 불러일으키며 감동을 준다. "난 당신의 모든 면을 배려하겠습니다." 작은 꽃의 그림은 이처럼 생생하게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다.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인내" 의 틀 안에 장착하게 된다고 한 알랭드 보통은 이미 미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주는 '승화'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 걸까. 세부의 중요성은 "인내"라고 하는 키워드와 함께 이 책을 통해 조용하게 작동하며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새로운 가르침이 되어 준다. 주디스 커의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의 삽화 속 어여쁘고 어린 아이 소피가 호랑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따뜻하게 꼭 안아주고 있는 그림은 우리에게 사랑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 어떤 두려움마저 작아지게 할 수 있는, 우리 안의 잠재된 '회복력'을 끌어내어주는 예술의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나에겐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이처럼 사랑과 자연, 나아가 예술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져 온 돈과 자본주의, 그리고 정치와 경제에까지 예술이 얼마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있는지 알랭드 보통은 예리하고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그러한 반박과 논쟁을 해온 사람들에게 마저 예술은 인간의 구원이 되어주는 영역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한 손에 쥐어질만큼 작은 포켓 북 안에 140여 점의 예술작품과 함께 우리의 영혼까지 풍요로워지는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영혼과 마음안으로 잔잔하게 스며들어 따스하게 만져주는 이 책은 예술이 어떻게 우리를 치유하는지 표지에서 질문한 알랭드 보통의 답을 알려준다. 코비드의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우울과 좌절, 고단함을 맛보며 살고 있지만 우리의 이러한 삶 속으로 예술을 끌고 들어와 잠시 그 고단함을 잊게 해주며 나아가 극복해 낼 수 있는 내 안의 자원들을 꺼내어 주고, 더욱 풍성함을 더해주는 그야말로 감사한 나의 영혼의 미술관이 되어 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