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누구에게나 괜찮지 않음에도 늘 "괜찮아." "괜찮아요."라고 말해오며 살아왔다는 것을 몇 해 전부터 서서히 알게 되었다. 괜찮지 않았을 때마다 난 더더욱 곧 괜찮아질 시간이 올거라는 희망을 힘겹게 붙잡았던 것 같다. 같이 붙잡을 이 없었기에 외롭고 지쳐있는 내 자신조차 모르게 늘 괜찮다 살아온 것 같다. 사춘기 학창시절에는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친구들은 몰라줄것 같아서, 결혼을 하고는 괜찮지 않은 내 마음마저 다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을거라는 남편에게조차 역시 그런 내 마음은 내보여서는 안될, 언젠가는 그저 공격의 대상이 되어 되돌아왔다. 나의 아프고 여린, 이 소중한 마음에 대한이런 씁쓸한 기억때문에, 또 아이들에겐 언제나 강인해야할, 엄마라도 괜찮아야 어느 때든 찾아들 수 있어야하겠지라는 생각에 여전히 나의 괜찮지 않은 마음는 늘 갈 곳을 잃어 맴돌다 길을 헤메곤 했다. 어느 덧, 내 나이 곧 50의 고지를 향해가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이 책의 제목은 나를 부르는 손짓이었다.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들과 그 과정이 때론 아프고 슬프기도하지만 그 이상의 얼마나 큰 기쁨과 카타르시스, 충만한 만족감을 주는지 알기에 '심리학'이라는 또 하나의 눈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을 이해하고자 썼다는 이 책은 나에게 유혹적일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대학원에서 미술치료학 공부를 하며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만 프로이트와 융이 말했듯 나의 무의식 세계가 얼마나 엄청난 보물창고인지 이 책을 통해서도 또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내 안의 어떤 것들이 짓밟히고, 시들어가고 있는지 보고 알게 될 수 있음은 어쩌면 내 자신에게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소중한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애써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내가 놓쳐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알려주기 위해 아주 깊은 곳으로 친절하게 데려가준다. 바쁘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려해야한다는 이유로, 내가 억압한 감정들이 언젠가 상처의 부메랑이 되어 나를 더 아프게 찌를 때에 이르러서야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먼저 다가와 나의 무의식을 깨우고, 아팠던 곳과 돌보지 못한 곳을 싸매주고 안아준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며 내가 좋아했던 그림들과 화가, 그리고 때론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우며 봤던 문학작품과 영화들 속에서조차 하나둘 보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재미나게 찾아볼 수 있는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 이론들은 어렵게 느껴졌던 프로이트의 구조이론 속 초자아의 역할과 어리석은 내 자아의 모습들인 방어기제들, 그리고 숨기고 싶고 숨고 싶은 그림자와 페르조나,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 융의 심리학, 아들러의 이론까지 쉽게 이해하게 된다. 내 마음 속의 사자를 응시하고,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들과 대화하는 삶, 그렇게 내가 그토록 벗지 못하는 나의 가면 뒤에 숨겨진 내 진심을 찾아볼 수 있다. 한장 두장 애틋하게 나를 위해 써내려간 공감의 편지다. 읽어갈수록 더 나은 삶을 위한 강력한 나의 자유의지에 드디어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고통마저 성장의 기회로 끌어안기를 선택하고, 사람들이 정해놓은 사회적 환경과 도덕과 윤리적 규범들로 억압해둔 나의 내면 그 무의식의 소리를 타인의 소리보다 더 귀기울일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놓친 괜찮지 않았던 마음들은 이 책에서 안내되어지는 길을 따라 익숙한 모든 것과는 잠시 '거리두기', '내면의 형상'을 찾는 시간 갖기, 그렇게 내가 진짜로 느끼는 것을 느껴보려는 순수한 주의집중이 이루어지면서 괜찮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오래도록 괜찮지 않았던 내 마음에 찾아들어 싱그럽게 그리고 따스하게 불어주는 황금바람이 되어줄 것이다. 심리학과 문학, 그림의 하모니를 통해 누구나 갖고 있는 트라우마, 그 마음의 상처를 꿰매고 이제는 '오래전 상처 입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입양하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다. 진정 나 자신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픈 내 안을 들여다보기 거부한다면, 온전히 그것을 내 것으로 끌어안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나이를 먹어간다해도 '참 나'도, 진정한 '참 어른'도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이 책과 함께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고, 세상의 먼지들로 묻혀버린 소중한 나의 자원들, 그 잠재된 에너지와 아름다운 창조적 본성들이 발견되어지는 기쁨과 조우하길 바란다. 또한 어쩌면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었을, 내 안의 내면아이를 찾아가 그 두렵고, 수줍고, 잘 모르겠던, 외롭고 고되던 인생을 애쓰며 살아온 , 그렇게 괜찮지 않았는데도 그토록 괜찮다 말하며 살아온 내 내면아이에게 미안했다고 용서를 구하고, 꽉 안아 위로해줄 수 있는 영원히 잊지못할 아름다운 화해의 시간을 모두가 갖게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