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이후로 여행 일정에 박물관, 유적지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옛날 외국인들 이야기를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유럽도 꽤 여러번 여행하였지만 그런 생각에서 여행지의 역사를 알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았었기에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이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사실 현재의 문화와 현지인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하려면 그 배경인 과거 역사를 이해하는 일은 필수 코스였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작가인 글쓴이의 특성상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여러 책들에서 발췌한 역사적 배경들을 설명해 주고 있어 대신 역사공부를 하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유럽 도시국가들의 형성과정을 보면, 지금 유럽의 도시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오래 전부터 계획도시가 건설되어 왔고, 대부분의 영토가 육지로 연결되어 있는 탓에 꾸준히 침략과 재건의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게 다시 이룩한 도시의 형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유럽 도시의 상징인 돌로 된 바닥, 몇백년 된 성당 등을 보존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도시기행 1편에 나온 도시들 중 로마와 파리를 여행해 보았는데, 내가 로마와 파리에서 느꼈던 감상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여행한 저자의 기록을 읽으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파리에서는 역사는 아예 뒷전이고 요즘 인기있는 디자이너 편집샵이나 브랜드 상점 등을 찾아다니기 바빴는데, 이 책의 설명을 따라 쭉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여행하는 여러 방식 중 공부하면서 여행하는 재미를 대신 깨닫게 해준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