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저서는 환율과 금리 정책이 한 국가 또는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러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이 과거 수출 대국으로서의 명성을 떨치던 시기에서부터 불과 얼마전까지 부동산 버블로 인해 추락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고,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제 상황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 및 글로벌 국가 사례들을 경험측으로 해서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전망도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책 소개를 전개하고자 한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플라자합의(1985), 루브르합의(1987)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합의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합의로 인해 합의에 참여한 당사국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잘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우선 플라자합의(1985)는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엔화 강세로)함으로써 합의 당사국인 미국,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플라자합의 직전까지 달러화 대비는 엔화 환율은 달러당 250엔이었다. 엔화 약세는 결국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켜, 일본 수출기업들은 미국에서 엄청난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시장 장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주도권을 뺏겨가고, 자국 제조업체 도산에 따른 실업률 문제가 증가하고, 무역적자도 크게 확대되어가는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미국이 빼어든 카드가 미국을 상대로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국가들, 특히 일본에 대한 환율을 강제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인위적으로 달러당 엔화 환율을 250엔에서 120엔 수준까지 조정했다. 즉 엔화 강세 기조로 전환함으로써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그 만큼 줄어들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 수출기업에게는 좋은 호재로 작용하게 되어, 당시 한국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플라자합의 이후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더 늘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줄어드는 것도 아닌, 현상 유지 상태가 지속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일본에 다른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여지껏 일본이 미국에서 많은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일본이 미국 제품을 많이 사달라는 것이다. 즉 일본내의 금리를 낮추어 일본 내수시장을 활성화한다면 미국 제품 수입도 증가시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루브르합의(1987)를 단행한다. 그러나 일본의 금리인하 정책은 엉뚱하게 부동산 버블을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시중은행들은 부동산담보대출비율(LTV)을 120%까지 확대하여 대출을 해주게 된다. 즉 집값이 100인데 부동산담보대출을 120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모든 사람들이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게 되었고, 향후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면서 일본의 경기 침체를 장기화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이 투기 세력과 결합하여 부동산에 투입됨으로써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고, 혹자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한국의 은행들은 부동산담보대출(LTV) 비율을 40~6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설령 금리가 인상되고 집값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 부실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일본 경제가 급격히 붕괴하게 된 원인으로 환율과 금리를 주요 원인으로 소개해보았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부연 설명한다면 일본 정부 정책 실패도 일본 경기 침체 장기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부 당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을 막고 시중에 풀려있는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 속도가 굉장히 느렸고,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금융기관까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처의 골은 더욱 깊어져서 치유가 불가능해 질 정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미국 등 선진 국가들은 자국의 통화 및 금리 정책을 빠르고 과감하게 단행함으로써 일본과 같은 경제 위기의 장기화를 모면해왔다.
결론적으로 환율과 금리는 한 국가의 내수 시장뿐 아니라 국제무역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고, 국민들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많은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환율 정책을 펼치기 위해 처절히 경쟁하고, 금리 인상 또는 인하 시기를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교체되었다. 미국 대통령 교체는 국제 무역 질서에 큰 변화를 예고할 수 있다. 우리도 일본의 사례 등을 교훈삼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