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세계에 대한 독자의 이해력을 테스트하는 13개의 문제를 제시한다. 이 문제는 세계 각국의 1만 2,000여명의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테스트된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문제들의 정답율은 침팬지의 수준(각 해답에 대한 오답율이 같다고 가정) 이처럼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제시한 후 이어지는 10개의 장을 통해 왜 그러한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낸다.
부유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처럼 국가를 이분법적 관점에서 분류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본능을 간극 본능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저자가 강의를 하던 중 만난 학생은 가난한 국가들의 사람들이 결코 본인들과 같은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40년 동안 전세계의 많은 소위 빈곤한 국가들은 중간 소득의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개발도상국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빈곤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에 저자는 이분법적으로 세계의 국가들을 나누는 대신 1단계(빈곤국가)부터 4단계(부유층국가)까지 총 4가지 그룹으로 국가를 분류하는 기준을 설명했다.
다음으로 저자는 부정본능과 직선본능에 대해서 언급한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측면에 더 치우치는 경향이 있지만 생각보다 세계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극빈층 비율과 기대수명, 아동사망율, 아동노동율, 재난사망율 등의 지표를 통해 살펴보면 확실히 세상은 나아지고 있어 보인다. 이러한 부정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긍정저거 뉴스로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두 가지 생각을 균형있게 맞추고, 으레 나쁜 뉴스가 당연히 나오려니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직선 본능은 인구증가율 등을 예시로 들며 세계를 나타나는 지표는 단순히 증가하기만 하는 직선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곡선형태를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포본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특정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은 무시하는 주목필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의 주목필터를 통과시키기 위해 주로 세계에 있는 공포스럽고 부정적인 사실들을 주로 노출시킨다. 이처럼 잦은 이슈접촉으로 인해 대개 사람들은 테러나 자연재해 등에 대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매우 높은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크기 본능은 사람들이 총량 그 자체에 흔들릴 수 있다는 본능이다. 예를 들어 1년에 전세계 신생아 사망자수가 420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 숫자가 매우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수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급격하게 줄어든 수치이다. 따라서 크기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는 항상 그 숫자를 비교해보고, 총량과 비율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일반화 본능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매우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저자가 의과대학 학생들을 데리고 인도의 현대식 사립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던 중 여학생 한 명이 달려와서 엘리베이터 문을 잡기 위해 발을 내밀었으나 문은 열리지 않고 계속 발을 조였으며 천천히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병원의 실장이 비상벨을 눌러주어 여학생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이 일화를 통해 4단계 국가의 생활방식을 다른 단계 국가에 일반화해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한편, 비난 본능에 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비난 본능이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 본능은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항공기가 추락했다고 치자. 잠깐 졸았던 기장을 비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않는다. 기장이 왜 졸았는지, 앞으로 졸지 않으려면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등을 찾아서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도모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