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총 13가지의 질문이 나오는데, 문제를 풀어 보면 생각보다 정답을 맞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3개 정도밖에는 답을 못 맞춘 듯.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 모른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을 생각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 저소득 국가라고 하면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최빈곤 국가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국가들의 생활 수준과 연결되는 교육, 의료 등이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일단 우리의 생각보다 저소득 국가의 비율은 높지 않다. 책에서는 기존에 세계를 흔히 구분하는 선진국/개발 도상국의 이분법적의 사고가 아닌, 물가 차이를 반영한 1인당 일일 소득 수준에 따라 총 4가지 소득 수준 단계 국가로 구분한다.
1단계: 하루에 2달러 미만의 소득. 걸어서 이동하며 구덩이에 있는 우물 물을 마심. 극도의 가난. 약 10억 명. 2단계: 하루에 2달러 이상 ~ 8달러 미만의 소득. 자전거로 이동하며 전기 사용 가능함. 약 30억 명. 3단계: 하루에 8달러 이상 ~ 32달러 미만의 소득. 오토바이로 이동하며 수도 사용 가능. 약 20억 명. 4단계: 하루에 32달러 이상의 소득. 자동차로 이동하며 비행기로 여행 경험 있음. 약 10억 명.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4단계 소득 수준에 속해 있다. 그리고 빈곤 국가를 생각할 때 흔히 떠올리게 되는 나라들은 1단계 소득 수준에서 극도의 가난에 시달리며 산다. 하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간 지대, 2단계~3단계 사이에서 산다. 1단계에 있는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국가와 4단계에 속하는 유럽, 북미, 중동 및 극동아시아 국가들을 제외하면 모두 2~3단계의 소득 수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1단계에 속하는 국가들을 제외하고 살펴보면, 지난 수십 년간 1단계 수준에서 2~3단계 수준으로 발돋움해온 국가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800년까지는 인류의 약 85%가 1단계 소득 수준이었으며, 1966년까지도 50%가 1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엄청난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되는데, 경제 발전과 세계 정치의 안정화 등으로 극빈층이 급속도로 줄어든 것. 그 결과 2017년에는 1단계 극빈층의 비율이 9%까지 낮아졌다.
극빈층이 줄어든 것 이외에도 평균 수명 역시 꾸준히 크게 상승했다. 1800년에 31세, 1960년에 40세 수준이었던 평균 수명은 2017년에는 72세까지 늘어났다. (본문 83페이지의 그래프 참고) 이외에도 책에 소개된 수많은 개선된 항목들을 통해 세상에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치와 데이터는 세상이 꾸준히, 그리고 최근에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개선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각 챕터(장)별로 그 원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1장의 간극 본능(The Gap Instinct)부터 10장의 다급함 본능(The Urgency Instinct)까지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심리적 요인에 가까운 부정 본능, 공포 본능, 운명 본능, 다급함 본능부터 데이터 해석에 있어서의 오류인 직선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단일화 관점 본능까지 다양한 원인들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본문의 각 챕터(장) 끝에는 이런 원인들을 방지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짧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읽어 보면 도움이 된다.
사실 책을 보면서 저자가 굉장히 수치와 데이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사이자 강연자로서 현장과 학교, 학회 및 강연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 저자는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에 대해 질문을 던진 뒤, 그 대답으로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를 제시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잘못되었음을 반박한다. 솔직히 저자가 주장하는 몇몇 사실들은 이를 방증하는 수치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반박할 수는 당연히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아직 완벽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정도로 '긍정적인 시각'이 상당히 강했다. 하지만, 뭐 세상이 꾸준히 그리고 크게 좋아졌다는 것은 이 책에 소개된 데이터가 조작된 것이 아닌 이상 사실임은 분명하다. 다만, 본문의 8장에 소개된 단일 관점 본능에서도 지적하듯 수치(데이터)를 참고하되 맹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간의 발전에는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 소개된 쿠바의 사례에서 쿠바는 가난한 국가들 중 가장 건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보건 부문의 강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국민들이 건강한 나라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계획 경제에 따른 명과 암이 분명하게 나타남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 세상이 좋아진다는 것은 잘 알겠어. 하지만 뭐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내 삶과 주변 환경은 딱히 좋아지지 않는 것 같은데.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과연 발전이 있게 되는 것일까?'
내가 이 책을 보면서 품는 의문과 근본적인 한계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마지막 챕터인 11장 사실충실성 실천하기(Factfulness in Practice)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 책 각 장 맨 끝에 '사실충실성'을 정리한 부분).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 본능을 자극할 때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