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제국이라 함은 역사책에서 살짝 들어보기만 하고 제대로 공부를 한 적은 없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이슬람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아시아의 이슬람문화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리스-로마 문화권의 발흥기와 비슷한 시기에 발전을 이룩하였고
그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오래되었으며
그들이 인류에 남긴 문화유산또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아시아지역이 근현대 이후의 경제발전 정도가 뒤쳐졌고
우리가 미국 중심의 세계, 정치경제질서에 편입되다보니
저 지역에 대해서 관심이 너무 낮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가 쓴, 25년만에 나온 오스만제국 통사 역사서로
오스만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입문용 역사서로 손색이 없다.
오스만제국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터키의 전신으로, 1차 세계대전의 주역으로까지 활동한(패배했지만)
거대한 제국이었으며,
그리스-로마 문화권 이후 서유럽 문화권 입장에서는 대륙 동쪽의 거대한 벽과 같은 제국이었다.
이 책은 그 600년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쭉 훑어내려가는 책으로 큰 가치가 있으나
방대한 역사를 한권의 책에 다 넣기에는 지면이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 있다.
그렇기때문에 읽는입장에서는 흐름이 끊긴다든지,
연관성이 명확히 이해되지않는데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입문서로서, 오스만제국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이 책을 읽은 후 관심이 있는 다른 책들을 추가로 읽는 용도로서는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스만제국의 왕위계승시스템과 정치체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으며,
다만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이 부족한 것은 조금 아쉬운 점이며
그로인해서 책이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스만제국이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제국의 지위를 이어올 수 있던 것은
주변의 다른 투르크민족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주변의 다른 민족국가들은 카리스마가 강한 지도자 아래서 뭉쳤다가
그 지도자가 사망하면 분열되어, 100~200년만에 제국이 와해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오스만제국같은경우는 오랫동안 왕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안정적인 왕위계승체계를 구축했기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만제국은 왕의 형제가 아닌 아들을 통한 왕위계승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의지에 기댄 것이 아닌 관습과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이어질 수 있었는데,
바로 왕위에 즉위하면, 왕의 형제들은 모조리 죽이거나 눈을 멀게하여
왕위계승후보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어찌 이런 잔인한일이 가능할까싶은데, 바로 이렇기때문에 나이가 어린 왕자가 왕위를 계승하더라도
아버지의 형제들에의해서 왕위가 찬탈되는 일이 없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특이한점은, 외척이 발붙일 곳이 없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스만제국의 왕자들은 여자 노예의 몸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았고,
어머니의출신이 무엇이든지 전혀 누가 되지 않았다.
이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 노예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나중에 왕권을 견제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외척이 없다는 뜻이기때문이었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로인해서 오스만왕조는 600년이라는 시간동안,
36명의술탄이안정적으로 왕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저자는 내용을 서술함에 있어서 편향되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이 많이 보인다.
중간중간 여러 역사가의 의견을 소개하며, 이러이런 점에서는 이런 의견이있고
본인이 이 책에서 이런 의견을 따른 이유는 이것이다 라고 서술을 하고 있는 바
어쩌면 이로인해서 흐름이 끊길 수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간 접하지 않은 생소한 부분이 많은 것이 오스만제국이라는 곳인데,
이슬람세계가 다시금 지정학적인 유리함을 토대로 세계사에 대두하려 하고 있고
터키의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 이후 오스만제국의 후예이자 투르크민족주의를 되살리려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스만제국에 대해서 대략적이라도 알고 가는 것은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