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는 저명한 저술가 뿐만아니라 보건복지부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독일에서의 유학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서양 문화의 출발이라고 할만한 그리스 아테네 및 이탈리아 로마, 그리고 동서양이 공존하는 터키 이스탄불, 현대 서양사를 주도한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느낀점을 소탈하게 표현하였다.
아테네는 그리스 대표적인 폴리스로서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B.C. 479년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터진 B.C. 431년 까지 번영을 누렸다. 파르테논 신전, 민주주의, 공연예술, 철학, 과학, 헤로도토스의 <역사>까지 우리가 아는 아테네의 문명/문화적인 성취는 대부분 이시대의 것이었다.
현대의 그리스 아테네 시민들의 삶도 정치적으로 순탄치 않았다. 1967년 군사정권의 쿠데타가 시작되었고, 1973년 민주주의를 외치는 아테네 대학생들을 탱크로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후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거쳐 1974년 총선에서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 지면서 성숙한 민주주의의 발판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의 그리스는 막대한 재정 적자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과거 아테네가 겪어 왔던 무수한 풍파를 통하여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벗어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탈리아에는 로마 외에도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 등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도시가 가득하다. 하지만 로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도시이고, 도시국가 아테네와 더불어 서구문명을 태동시킨 본산지이다. 그 덕분에 로마는 예술적이고 기술적인 수준이 높고 규모가 큰 고대 문화유산이 전세계 어느나라보다 많다. 기독교 문화를 대표하는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걸출한 건출물과 예술품이 풍부하다.
로마의 대표적인 건축물 콜로세오는 로마 정치체제 변화의 결과이며 상징이다. 공화정 시대에 시민들은 포로 로마노에서 정치인들의 격정적인 연설을 들으며 민회에 참석하였고, 제정시대에 황제와 소수 권력자의 정치체제 변화를 경험하였다. 로마신화가 그리스 신화의 복제품인데서 알수 있듯이 로마는 여러면에서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다. 왕정에서 시작하여 B.C.6세기에 공화정으로 바뀌었고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즉위한 B.C. 27년 제저응로 넘어갔다. 로마는 과거의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으며 뛰어난 문화유산으로 향후에도 서양문명의 본류를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터키 이스탄불은 오랜 세월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 20세기부터는 터키의 영토에 편입된 후 다양한 국제도시의 면모를 상실하고 현재의 경제, 문화, 역사, 관광의 중심지로 남았다. 과거의 콘스탄티노플이 제국의 수도답게 다양성과 관용의 정신을 구현한 국제도시였고, 현재의 이스탄불은 동 서양의 두 대륙의 접점이고 보스포루스해협의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경제 지리적인 특성으로 과거 실크로드의 전략적인 거점이었고, 지금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철로의 연결점이 되었다
터키 기행의 중심에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동로마의 콘스탄티투스 황제가 아야소피아를 지었고,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537년에 완공했는데, 대리석과 진흙 벽돌로 지은 이집만큼 큰 교회는 그 전에 없었고 그이후 천년 동안에도 없었다,
로마의 판테온을 능가하는 아야소피아는 비잔틴 제국의 권력이 얼마나 크고 강했는지 보여준다. 황제와 교황이 따로 존재하였던 로마와는 달리, 콘스탄티노플의 정교회에서는 황제가 교황을 겸직하였기 때문에 아야소피아는 미사를 여는 교회였을 뿐만 아니라 황제 대관식을 비롯한 중요한 국가 의전을 집행하는 정치적인 공간이 되었다.
프랑스는 유럽 대륙의 한가운데서 룩셈부르크, 벨기에,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접하고 있고, 파리는 6세기초 프랑크 왕국의 수도로 시작하여 13세기 말쯤부터 본격적인 도시 구조가 형성되었다. 에펠탑은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세계박람회의 관문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324미터 높이의 철골 구조물인데, 1889년에 완공되었다. 디자이너인 구스타브 에펠의 이름을 딴 철탑은 독특함으로 파리를 상징한다.
에펠탑은 과학혁명의 산물이며, 공화정이라는 프랑스 정치제도의 특징을 제현하고 있고, 자유와 평등, 인권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프랑스가 대서양과 지중해를 모두 품고 있고, 드넓은 농경지가 있어 풍부한 식재료 조달이 가능한 점에서 서구세계가 자랑하는 미식문화의 본류를 대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