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는 재난을 겪고 있는 지금, 재난의 세계사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던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특히 미국 카트리나 대홍수를 읽고 난후 그야말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재난이란 것은 꼭 자연재해에만 국한된 것일까? 과연 자연재해로 죽은 사람의 수와 사람이라는 재난이 몰고온 사망자수, 어느것이 더 많고, 어느 것이 더 오래 지속될 위험인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는 최근 사상 유례없는 미국의 대책없는 대선상황을 보면서도 오버랩이 될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식되었다. 카트리나 재해로 죽은 사람은 약 1500명 가량이라고 한다. 그 홍수는 나도 당시에 티브로 보면서 재즈의 도시였던 뉴 올리언즈의 멋진 풍경이 물에 잠기고 집 지붕 위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면서 손을 흔드는.. 그냥 사실 비참한 일이긴하나, 자연재해라는 뉴스에서는 일상적으로 나오는 그런 광경에 불과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그 이면에서 발생했던 일들. 갈색 종이봉투보다 짙은 피부색을 지닌 이들은 쏴 죽이겠다, 라는 등. 그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재난의 세계사가 아닐까. 또한 재난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되면 그때 진정한 그 사람의 얼굴이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그 사회의 수준, 그 사회 구성원들의 진짜 밑바닥 심리들이 나오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자연이 만든 재난과 인간이 만든 재난, 이 둘은 동전의 양면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만든 재난이 시작이 되면, 그 후로 길게길게 이어지는 것인 인간이 만든 재난들. 최근 한국사회를 보면서, 언제 우리가 이렇게 성장했나, 언제 우리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나라가 되었는가,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는 미국, 유럽 등. 저들에 비해 여기는, 한때 지역감정이 있긴했으나, 그 역시 술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는 수준이지 그 이상의 문제는 되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지금 우리의 세대에는 그런 감정조차 거의 없어지고 있다. 재난을 진짜 자연이 만든 재난으로 방지하는 것. 자연이 발생시킨 재난을 우리 인간이 만들어내는 2차 재난까지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시스템의 구축, 사회인식과 교육이야 말로 재난의 세계사를 통해서 우리 인류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심각한 고민이 들도록 만드는 도서였다. 또 한편 한국인으로서 가장 극명하게 내 눈으로 보면서 놀랐던 재난은 바로 도호쿠 지진이었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고 지금도 그 폐혜가 온전히 계산되지 않고 숨기기와 외면하기로 일관되는 것 같아 너무나 찜찜한 그런 상황이다. 당시 그 시커먼 물이 도시의 건물들을 쓸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일이, 라고 충격적으로 봤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런 일이 터지고 멜트다운이 일어나서 후쿠시마 원전이 추가 폭발하게 되면서 일본 제품은 가장 안전하다, 튼튼하다, 라고 어린시절부터 배워왔단 그 교육에 대한 기억 역시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그런 일이 터지고 당시 도쿄 전력의 임원진들은 가장 먼저 해외로 도망갔다고 한다. 역시 재난 앞에서 그 인간의 본성, 생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겠지.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일본인들은 분노하지 않는가. 어떻게 저리 후쿠시마의 과일을 먹어서 응원하자는 말에 분노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것인지, 그야말로 한심할 뿐이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워온, 그 일본에 대한 교육. 역시.. 재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대주의의 폐혜, 사대주의의 재난이겠지. 물론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는 영화도 어려서부터 봐왔으나, 내가 직접 본 재난이 훨씬 더 나에게는 강력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천년내 일어난 재난들은 지질학자에게는 모두 같은 가까운 시기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이야 지질학자도 아니고, 한달전 재해라고 해도 나에게 발생되지 않은 것들은 그리 크게 느끼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봐야겠지. 일본의 방사능 문제는 그 오염수를 앞바다에 방류하는지 마는지에 대해서도 요즘은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한 아이의 부모로서 다음 세대가 걱정이 되고, 이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식재료를 접하게 되는지 걱정이 되지 않을수 없다. 재난의 역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계획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