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무식자도 쉽게 맥을 잡는 단박에 한국사 현대편'은 앞서 읽었던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와 동일한 저자인 심용환 역사학자의 저서이다. 단박에 한국사 시리즈는 조선사, 근대사, 현대사 3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조선사, 근대사는 읽어보지 않은채 시간의 역순으로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현대편을 먼저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현대사가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고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어려운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현대사를 먼저 읽어보면서 내 나름대로 각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이 책은 이러한 나의 욕구와 목적에 매우 부합한 책이었다. 또한 이 책의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각 주제마다 첫 장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은 해당 주제의 요점을 축약해 놓아 각 장의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또한 단순히 역사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맥을 잡아봅시다'와 '함께 생각해 봅시다' 등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시각을 갖추고 역사적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또한 이 책은 계속해서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특정 관점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각도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역사관과 비슷해서 책이 거부감 없이 쉽게 잘 읽혔다. 특히 이 책은 어떤 사건의 결과만 보고 단순히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는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감정적인 반응일 뿐이며 시스템과 경제, 주변 정세를 파헤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지를 밝혀야 앞을 향해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더 객관적으로 다양한 관점으로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이념적 잣대를 빼고 세계사적 관점에서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만든 세계, 공산 진영의 양대 강자인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해방 직후 혼란 정국과 좌우갈등, 6.25전쟁 반발과 분단의 고착, 독재정권 시절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오늘날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처음 3개의 장을 할애할 만큼 제2차 세계대전, 초강대국 미국의 헤게모니 장악, 현실 공산주의 국가 소련·중국의 탄생, 냉전 체제의 구축 등을 밀도있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단편적인 예로 첫번째 장에서 다루고 있는 '함께 생각해봅시다'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는데 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우선 세계사라는 장르 자체가 서양인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류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양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나라 세계사 교육과정 또한 그대로 적용되어 세계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한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통념이 보통 선과 악의 전쟁,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이 악의 제국인 독일 같은 추축국을 막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과정 이모저모를 보면 연합국, 추축국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자신들 입장에서 이익을 계산하고, 이득을 위해서라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과 악의 구도가 모호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나 역시도 기존의 세계사 지식과 더불어 미국을 대변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2차 세계대전을 묘사하는 방식에 물들어서 이러한 통념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태도가 히틀러만큼의 잘못은 아니더라도 결코 정의롭지만은 못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본질 자체가 열각의 기득권 다툼이자 제국주의의 모순이 폭발한 것이어서 흔히 비극적인 단어들로 묘사되기 십상이지만 이를 통해서 제국주의가 붕괴되었다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즉 식민지 조선 뿐만 아니라 전 지국적인 식민지가 해체되기 시작하는 역사의 극적인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정은 힘들었지만 진정한 희망, 새 역사의 시작이라고 느끼는 것이 적당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첫 장부터 한 대 세게 얻어 맞은 듯한 큰 깨달음을 얻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서 시작되는 우리나라 현대사 이야기를 정말 객관적이고 다양한 과점에서 다루고 있는 이 책을 나중에 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