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저널리스트이자 여행작가인 마르시아 드상티스가 지은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인문학기행 : 멋과 문화의
북부' 편은 나에게 프랑스라는 나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인도한 매력적인 책이다. 일반적으로 다니는 여행장소와 일정에서 느
끼는 간단한 소회 정도의 여행기가 아니라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인 배경과 본인이 느끼는 문학적인 상상이 곁들여지고 잘알려
지지않은 숨은 여행지를 소개해 놓은 책이라 읽어내려가면서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물론 잘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술술 잘 넘어간다는 장점
은 덤이기도 하다. 왜 책표지에 '프랑스 여행이 처음이든 101번째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책' 이라고 굵은 빨간색으로 써놨는지 이해가
됐다. 여성 저널리스트라서인지 모든 장소에서 여성의 훌륭함을 찾고자하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다. 총 5 PART 30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은 1편의 가장 멋진 에펠탑을 볼 수 있는 8가지 방법부터 30편의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신적 체험이 가능한 곳이라는 제목들이 보여주 듯이 문학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문체였다. 역시 작가는 일반인들과 다른 표현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세상 사람 누구나 다 아는 에펠탑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8가지 방법이 무엇일까? 정말 궁금했다. 작가는 우선 에펠탑을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겨울이면 에펠탑의 격자무늬 철골 사이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점과 귀여운 미니어처 잔에 따라주는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작은 바가 있다는 점과 전망대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는 1만 8,038개 철과 250만 개 고정대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 멀리서 볼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몽환적일 만큼 섬세하기 때문이다. 에펠탑을 이렇게 설명하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에펱탑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장소를 8가지 열거하였다. 몽마르트언덕, 벨빌공원, 파리 16구 카모엥거리 초입, 파리 16구 팔레 드 도쿄, 트로카데로광장, 케브랑리국립박물관에 있는 레스토랑 레 종브르, 파리 18구 조제프 드 메스트르거리에 있는 테라스 호텔의 레스토랑 'The 7th', 팡테옹이 그 곳이다. 언젠가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작가가 섬세하게 설명해 놓은 장소를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갔다. 어마어마한 베르사유 똑똑하게 관람하기 편도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패키지여행을 통해 베르사유 궁전을 단
시간에 구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많이 들었던 터이라 똑똑하게 구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말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고 너무나 요정같이 아름다웠던 그녀는 베르사유 궁전의 안주인으로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살다 민중들의 봉기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작가가 얘기하는 베르사유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작가 헤더 스팀러홀이 쓴 전자책 <베르사유 궁전의 비밀 : 관광객으로 살아남기 가이드>를 가지고 들러보는 것이란다. 또 하나의 방법은 3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약간의 운동도 하면서 진짜 살아있는 공간들을 속속들이 체험했다는 만족감에 뿌듯해진다고 한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법을 추천해 주는 작가의 안목에 경의를 표한다. 6편의 천국을 묘사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는 내가 좋아하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관련한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모네가 연작으로 그린 에트르타 절벽은 프랑스 서북부 대서양에 면한 르 아브르와 디에프 도시 사이에 있는 영국해협에 갑자기 쑥 올라와 커다란 벽처럼 우뚝 서 있는 곳이다. 파리에서 2시간 거리인 노르망디에 있는 이 절벽은 '코끼리 절벽'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자연이 만들어낸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래서 프랑스 19세기 낭만주의 화가들은 이 풍광을
화폭에 담았다. 모네도 그중에 한명이다. 그의 걸작 <절벽, 에트르타, 석양>은 볼수록 감탄스럽고 아름답다. 이렇게 작가는 관광지와 그림을
연결지어 아름답게 묘사하기도 하고 역사를 연결지어 설명해주기도 한다. 프랑스를 인문학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한 덕분에 꼭 한번 여유롭게 오랫동안 가보고 싶도록 한다. 2권 남부편의 여행기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