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유명하다. 어린시절 분명 만화영화로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너무 유명하고 또 너무 익숙한 이름이기에 막상 이 책을 서점 선반에서 만났을 떄에 반갑기는 했지만 내용이나 줄거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막상 빨간머리앤을 책으로는 단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떄문이다. 때로는 너무 익숙한 것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유명한 고전 도서들이 그러하듯이.. 그리하여 이번 독서통신 연수 기회때 그 유명한 빨간머리앤의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일단 빨간머리앤든 커버부터 예뻣고 페이지를 들춰보니 안에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삽화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서 친근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빨간머리앤 읽기...
막상 읽기 시작하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밤마다 내가 어리고 순수하고 쾌활한 앤과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부모가 없는 고아인 앤이 매슈랑 마릴라 부부에게 맡겨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정확히 말하자만 아이가 없는 매슈와 마릴라 남매는 매슈의 일을 도와줄 열살정도 된 남자아이를 입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여자아이인 앤이 그집으로 오게 된다. 두 사람은 앤을 돌려보내고 남자아이를 다시 데려온 계획을 하지만 매슈는 이미 앤을 만난 첫날부터 앤에게 마음이 기울어 버린다. 그리하여 마릴라를 설득해 두 남매는 앤과 함께 살게 된다. 앤은 여러 위탁가정을 돌면서 사랑받지 못하고 어렵게 자라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긍정과 쾌활함으로 주변을 밝게 만든다. 앤이 들어가 살게된 매슈와 마릴라의 집은 초록지붕을 가진 아담하고 예쁜집이며 자연경관이 아주 아름다운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의 원작 제목이 Ann of green gables 인걸 보면 이 집의 초록지붕은 이 책에서 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앤의 모든 일상과 인생은 이 작은 초록지붕의 집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집은 앤의 위탁부모가 사는 곳이자 따뜻하고 사랑이 넘쳐 흐르는 곳이다. 언제나 맛있는 요리가 있고 잘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앤에게 점점 더 애정을 키워가며 돌봐주는 메슈와 마릴라 부부가 있다. 평생을 정착할 곳 없이 떠돌던 앤에게 있어 이 작은 초록지붕의 집은 처음으로 마음을 붙이며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앤은 어려운 환경에서 천대받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다. 물론 수다도 엄청 많다. 말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 매사에 재잘거려서 때로는 마릴라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다. 처음부터 앤에게 마음을 연 매슈와는 달리 마릴라는 앤에게 마음을 여는데에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하지만 앤의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모습 앞에 결국엔 마음을 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마릴라도 그리하였듯이. 앤은 또한 매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세상 모든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처음 보는 것처럼 세세히 관찰하고 감탄한다. 바로 여기에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들어 있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나무와 꽃과 시내물을 보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 소리를 듣고 행복해한다. 매일 보는 하늘을 보면서도 신기해하고 아름답게 느끼고 그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반복되는 우리의 하루하루 일상속에 조금씩 변하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인지하고 감상하고 감탄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하루는 조금 더 충만해 질 것 같다. 우리가 겪는 이벤트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일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매사에 신나하고 감사해 한다면 인생은 한층 더 풍요로워 지는 것 같다. 작가에 대해 알아보니 작가는 실제로 캐나다의 아름다운 섬에서 나고 자랐었다. 그녀가 평생 감상하고 자란 자연이 아름다웠으리라. 그리하여 앤을 둘러싼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가 눈에 그려질듯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그런 동네에서 잠시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뛰어놀고 좋은 교육을 받고 애정어린 관심 속에서 하루하루 더 멋진 여성으로 성장하는 앤의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뿌듯해졌다. 삶을 대하는 앤의 태도,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앤의 열정, 세상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앤의 순수한 눈빛을 나 역시 닮고 싶다